달러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저조한 물가상승률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 신호에 이어 ‘트럼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불거진 탓이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전 오른 1,124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9시 45분 현재 1,121원2전까지 내려온 상태다. 전 거래일 6월 8일(1,122원1전·종가 기준) 이후 약 40일만에 최저치를 찍으며 장을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도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밤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보험법 개혁안인 ‘트럼프 케어’가 미국 상원 문턱을 넘는 데 또 실패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이 커졌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5% 빠진 94.64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월가에서도 최근 계속된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을 ‘트럼프 디스카운트’에서 찾고 있다. 저물가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 공약들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시장의 실망감이 더 크다는 얘기다. 채권운용기관인 핌코의 리처드 클라리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CNBC뉴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해 트럼프노믹스에 따라 큰 폭의 세금 감면과 인프라 투자를 예상했지만, 헬스케어를 둘러싼 논쟁이 다른 경제 어젠다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호황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선호 분위기에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 요인이다. 중국 위안화와 싱가포르 달러, 호주 달러 등 아시아 주요 통화들이 모두 달러 대비 강세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반등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일주일 만에 30원 가까이 떨어졌다(원화 강세)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이날 서울외환시장은 관망세가 짙을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하나은행·9시 기준)은 1원65전 오른 1,003원57전에 장을 열었다. 일본은행(BOJ)는 이날부터 이틀 간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여는 만큼 지금과 다른 방향이 잡힐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