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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군함도’ 류승완 감독의 火, 220억 여름장사 아닌 이유

류승완 감독,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최고’가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 하시마섬이 메이지 산업혁명의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버젓이 등재돼 있는 꼴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 이 영화의 탄생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19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 공개됐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220억 원을 순제작비로 쏟아 부은 ‘군함도’는 확실히 거대했고, 처절한 아비규환이 절실히 느껴졌다. 크고 작은 풍광들이 이전에 본 적 없이 새로웠다. 일본 나가사키현 남서쪽으로 18km떨어진 곳, 바다 한 가운데 위치한 하시마섬은 그 배경자체로 신선한 볼거리였다.

‘산지옥’이 있다면 여길까. 영화는 일제 강점기, 인간성을 몰살당한 조선인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남자들은 평균 45도까지 치솟는 해저 1000m 탄광에서 마땅한 옷가지도 없이 훈도시만 입고 허리조차 펴지 못한 채 채굴작업을 했다. 비좁은 공간에 들어가야 했기에 체구가 작은 어린 소년들이 주로 강제 징용됐다.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된 곳에서 목숨을 내놓고 12시간 이상 노역에 시달렸다.

여자들은 유곽에 몰아넣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즉 성노예로 희생됐다. 어린 여자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일제의 야만적인 만행이 군함도에서도 똑같이 행해지고 있었다. 그 안에서 조선인들은 ‘탈출’에 성공해 단 한 순간이라도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했다. 그렇게 그들의 ‘탈출기’가 펼쳐졌다.

당시의 인권유린을 보고 있자니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작과 동시에 불어난 각종 청구사항 탓에 작업 첫 달부터 임금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약간의 실수와 반항기가 보이면 그 즉시 개처럼 짓밟혔다. 장면을 거듭할수록 현대사회에서 힘없이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촛불민심을 연상케도 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선악의 이분법적인 논리를 담지는 않았다. 일본인은 무조건 악할 것이고, 조선인은 무조건 선할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조금 더 파고들어 ‘착한 일본인과 나쁜 조선인’도 다수 등장한다. 미화도 아닐뿐더러 사실성의 부여다. ‘군함도’는 제국주의로 고통 받은 조선인들을 재조명 하면서, 전쟁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약해질 수 있고 또 강해질 수도 있는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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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병적으로 머리를 말끔하게 빗으며 “조선인들의 힘을 보여 달라”는 일본 관리인의 허울 좋은 척, 고상한 척의 독려(라 쓰고 ‘명령’이라 읽는다)는 저들의 비열함을 단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일본 종족의 특질로 훗날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척하며, 하시마섬을 기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켰다. 등재 이후 약 2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음에 류승완 감독은 괘씸죄를 얹을 수밖에 없었다.

류승완 감독이 “단역 배우 한 명 한 명까지 ‘연기’를 해주었다”고 말했듯, 앵글 구석에서까지 열연한 배우들의 ‘피, 땀, 눈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경영’의 존재감은 이번 작품에서도 뛰어났다. 주연 배우들의 비장함은 말할 것도 없다. ‘딸바보’ 악단장 이강옥 역의 황정민은 부성애, 능청, 순발력, 재치를 고루 보여준다. 지금까지 연기 중 가장 호들갑스럽고 가벼운데, 그 이면에 공감하게 된다.

지난해 ‘부산행’에서 공유의 딸로 분했던 김수안은 이번에 이강옥의 딸 이소희 역으로 황정민과 사랑스런 부녀케미를 발산한다. 이강옥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어리지만 기지와 생활력이 장난 아니다. 극 초반 특정 장면에서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던 민감한 상황을 연기로 도전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경성 최고의 두목 최칠성으로 분한 소지섭은 그만의 묵직하고 투박한 카리스마로 조선인의 강단과 투지를 드러낸다. 그와 엮이는 숱한 사연의 조선 여인 오말년 역은 이정현의 열연으로 빛났다. 이미 일본인 위안부로 갖은 수모를 겪은 후 군함도에서까지 유곽살이를 하는 비극적 인물이다. 그럼에도 조선 소녀들과 강인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 유시진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박무영을 연기했다. 광복군 소속 OSS 요원이다. 지금껏 스크린에서 부드러운 이미지였다면, 이번엔 조선인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강인한 카리스마로 진두지휘에 나선다. ‘태양의 후예’ 이전에 ‘군함도’를 촬영해 사실상 첫 군인 연기인데, 그럼에도 진중함이 드라마와 경중을 가릴 수 없을 정도다.

손익분기점만 800만 명이다. 역사를 다루는 것에 의도치 않은 왜곡이 첨가될까 부담감도 컸을 터다. 그래도 류승완 감독은 77년 전 역사를 지금에 와서 꺼내도 전혀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돼 비명횡사한 숨겨진 진실. 그것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할 도리는 충분히 했다. 류 감독은 “역사의 드라마틱한 순간을 가지고 마치 여름 장사하듯 내놓는 작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연출의도만 파악하고 봐도 ‘군함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명확해질 것이다. 7월 26일 개봉.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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