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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쌈마이웨이’ 송하윤 “무명설움, 늘 털고 일어나려 했다”

배우 송하윤이 이렇게 외적인 망가짐을 불사한 적은 처음이다. 수수하고 심심한 옷차림에 뽀글뽀글 사자처럼 파마한 머리까지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연출이다. 이는 설희로 온전히 물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 연출 이나정 김동휘)에서 송하윤이 맡은 역할 백설희는 김주만(안재홍 분)과 6년 열애 끝에 이별의 위기를 맞는 인물이다. 학창시절 ‘핑크공주’에서 일에 치여 스타일이 많이 변했다. 그러던 차에 주만 옆에서 질척대는 예진(표예진 분)의 존재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 위태로운 상황을 송하윤은 솔직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배우 송하윤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송하윤 /사진=지수진 기자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하윤은 외적인 면에 독특함을 부여한 과정으로 “내가 설희로 살기로 약속이 됐고, 예진이와 주만이 캐릭터를 놓고 봤을 때 설희에게 그런 외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예진이와 나의 차이를 둬야 했다. 6년이나 사귀었으니 현재도 반짝반짝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샵에서 처음 파마했을 때 너무 예쁘게 나와서 오히려 내 곱슬머리와 엉키게 놔뒀다. 친구들이 ‘헤르미온느 같다’, ‘옥수수 같다고’ 놀리더라.(웃음) 드라마 끝나니까 내가 입은 옷이 4~5벌 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쌈마이’에서 설희는 주만을 짝사랑하는 예진으로 인해 마음고생하며 신경전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하윤은 “사실 표예진과 현장에서는 사이가 되게 좋았다. 처음에는 긴장 관계를 연기해야하니까 말을 서로 아꼈다. 웃다가 바로 복잡한 감정선의 연기를 할 수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표예진과 안재홍은 나의 상대역이어서 어려움과 친근함이 반씩 섞여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극 중에서는 안재홍이 설희와 6년차 연애에 권태기를 느끼면서도 애정과 의리를 놓지 못하는 주만 역을 맡았다. 안재홍과 처음 가진 호흡에는 “안재홍은 감수성이 풍부했던 것 같다. 음악이나 OST 같은 게 나오면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 한 구절을 읽더라. 그럼 나도 그 부분을 좋아해서 서로 잘 맞았다. 안재홍이 실제론 되게 유쾌하다. 애라, 동만, 나 모두 박자가 잘 맞았다. 출연진들이 원래 말이 아주 많지는 않은 편이었는데도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졌다. 우리끼리 너무 좋았다”고 훈훈한 현장 분위기를 언급했다.

‘쌈마이’에서 ‘판타스틱 4’ 멤버(박서준, 김지원, 안재홍, 송하윤)가 모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일상적 공감을 자아내기에 가장 훌륭한 장면이었다. 그 어울림이 실제 출연진의 애드리브와 장난스런 케미가 가미된 것이었다고. 송하윤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동만이가 격투기에 이기고서 식탁에서 세 친구가 동만에게 밥을 먹여주는 장면이 있다. 주만이가 소세지를 들고서 기차놀이처럼 동만의 입에 넣었고, 애라(김지원 분)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로봇처럼 팔을 각지게 뻗어서 동만의 입에 갖다 댔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실제로 나도 ‘파하하’ 웃으면서 연기했다. 그게 그대로 방영됐다. 아마 NG장면이 방송에 나가면 되게 웃길 거다. 넷이 모이면 항상 너무 재미있었다”는 말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넷이 있는 상황이 대본에는 ‘편하게 연기하라’는 식으로 써 있기는 했다. 농담들이 적혀있으면 저희가 생기와 박자를 추가했다. 동만이가 그런 걸 잘 리드했다. 아이디어도 현장에서 잘 냈다. 연기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담긴 것도 많았다”

배우 송하윤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송하윤 /사진=지수진 기자



‘쌈마이’에서 사이다 캐릭터 애라와 지고지순한 캐릭터 설희는 상반된 성격이지만 둘도 없는 소꿉친구다. 이들 중 또 한 번 연기를 한다면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은지 묻자 송하윤은 “나는 그래도 설희 캐릭터를 할 것이다.(웃음) 애라도 너무 매력 있었는데 나는 계속 설희에게 집착했던 것 같다. 설희가 품고 있는 마음이 너무 예뻤다. 아쉬운 장면으로, 주만이 비염이 있어서 코를 골다가 설희가 툭 치면서 ‘자기야 죽지마’라고 한 장면이 있다. 그게 너무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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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데뷔 15년째가 되어서야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송하윤은 “사실 지금까지 설움이 되게 많았다. 하지만 그건 나만 받는 설움이 아닐 것 같다. 20대들이 받는 아픔과 같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무명의 설움을 깊게는 생각 안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그걸 파고드는 성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결될 게 아니란 걸 알아서 털고 일어나려 했다. 선배님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드라이브하고 산책을 하는 식이었다”고 실제 ‘쌈 마이웨이’의 동만, 애라와 같았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내가 인지도를 얻고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직업(배우)을 선택한 건 아니다. 그냥 좋은 시간을 선물해드리고 싶어서 연기를 하게 됐다. 그래서 인기를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다. 내가 작품을 하면서 친구들이 댓글 같은 걸 보내주면, 나는 오히려 보내지 말라고 했다. 거기에 신경 쓰느라 연기에 방해가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꿈결 같은 촬영기간이 끝나고 당분간의 활동 계획을 묻자 “설희 역할을 끝내고 내가 스스로 만든 숙제가 있을 텐데, 그것들을 천천히 풀어야할 것 같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말이다. 보시는 분들이 역할에 몰입할 수 있게끔 준비해야할 것 같다. 당분간은 평범하게 천천히 지내겠다”고 스스로 만전을 기하길 바랐다.

배우 송하윤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송하윤 /사진=지수진 기자


“지금까지는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발악하면 오히려 캐릭터가 나에게 안 오고, 마음을 놓을 때 캐릭터가 온 적도 있었다. 앞으로 평소에 내 시간에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송하윤. 설희를 떠나보내며 전하고 싶은 말로 이렇게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그냥 32살의 송하윤, 딱 그 시간인 것 같았다. 훗날에도 설희의 일을 내 일처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설희로 사는 동안 너무 너무 행복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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