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호실적에도…금융권 성과급 잔치 없다

"단기성과로 고액 주면 안돼"

당국 4년간 이연 지급 추진

은행계 지주사 등 금융권이 상반기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성과급 잔치는 벌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에서 단기 성과로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당장 오는 9월부터 성과급을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은행권 자체적으로도 장기 실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단기 호실적에 따른 높은 성과급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들의 단기 성과 중심의 고액 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성과급 지급 이연과 향후 손실 발생 시 철회·환수 방안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을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단기 성과 중심의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 타파’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단기 이익을 냈더라도 성과급은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했다. 성과가 발생한 해당 연도에는 성과급의 최대 60%만 주고 나머지 40%는 이듬해부터 3년에 걸쳐 주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분야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자율적 모범규준이 아닌 강제성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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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감원은 최근 성과급 지급 비율과 같은 비율로 손실액을 책임지도록 하는 감독규정에 대해 금융권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는 성과급 이연 지급 기간인 4년 안에 성과급 발생 사유가 손실로 이어지면 성과급을 차감하며 손실을 성과급을 차감하는 것만으로 메울 수 없다면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내용이다.

또 최근 민간에서도 자체적으로 연간 실적 등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프로젝트 수행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하반기 신한 경영포럼’에서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인 ‘2020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와 기존 금융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기 호전과 시중금리 상승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은행권은 이번 실적에 연동한 성과급을 나눠 갖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1조8,891억원, KB금융은 1조8,6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각각 2001년과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금융도 각각 1조983억원과 1조310억원 등 1조원이 넘는 순익을 벌어들여 각각 2011년과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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