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정보기술(IT)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의료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꺾일 위기에 놓였다. 많은 IT 기업들이 보다 편리한 병원 이용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부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관리해주는 각종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지만 이용자 수도 늘지 않고 뾰족한 수익모델도 찾지 못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대다수가 정부 과제를 받거나 기타 IT 서비스 매출로 겨우 버티고 있다”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세계적으로도 초기 산업인 만큼 당장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산업이 자리 잡는 속도가 기대보다 훨씬 느려 다들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대형병원·대기업과의 협업이나 실손 보험사와의 연계 등을 통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진척이 없다”며 “외부 투자도 거의 없어 그야말로 돈줄이 마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형 병원·대기업 협업 없고
외부 투자도 전무한 상태”
정체된 이용자 숫자가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일례로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2015년 선보인 모바일 앱 ‘내 손안의 차트 2.0’은 다운로드 수가 5만건에 못 미친다. 하루 평균 외래환자가 1만1,000명, 2015년 기준 총 이용 환자 수가 55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많이 못 미친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성모병원은 올해 1월 건강검진 정보를 실시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다운로드 건수는 1,000건이 채 안 된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당뇨심혈관센터도 지난해 10월 당뇨병 환자들의 자가 관리를 돕는 모바일 앱 ‘S진료노트’를 선보였지만 다운로드가 5,000건에 못 미친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지역병원의 상황은 더 안 좋다”며 “병원 이용자 대다수가 고령층이고 이용률도 낮다 보니까 병원들이 굳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보험사 건강서비스
원격진료 등에 색안경
부정적 시각이 최대 걸림돌
업계는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분위기를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의사가 전화 등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나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위기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가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면 병원과 의사 모두가 ‘정말 좋은 서비스’라고 입을 모으지만 막상 계약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자칫 원격의료에 앞장선다는 비난을 신경 쓰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는 민간 보험사와 협업해 보험료를 절감하는 모델을 개발한다거나 대기업의 인수합병(M&A)도 자주 이뤄진다”며 “기업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 보험사가 보험 가입을 가려 받기 위해 건강관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새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는 의료의 공익적 역할을 중시하는 대신 산업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지난해에야 겨우 건강보험공단이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등 긍정적 분위기가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는데 다시 제자리걸음을 할 것 같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