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를 양분하고 있는 렛츠런파크 서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대답은 의외였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경쟁상대로 에버랜드를 첫 손에 꼽았다. 매주 금~일요일에 펼쳐지는 경마경기뿐만 아니라 볼거리·체험·편의 시설을 골고루 갖춰 국내 최대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관람객 유치전을 벌여보겠다는 뜻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에버랜드를 경쟁 상대이자 벤치마킹 모델로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매출액 감소 등 당면한 어려움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경마라는 스포츠에 엔터테인먼트(오락)를 결합해 현대인에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고객을 웃게 만들자’는 게 목표다. 즐거운 공간이 돼야 많은 사람들이 경마장을 찾는다. 관중 수는 수익 극대화로 이어진다. 최원일 본부장은 “경마장은 시민들의 놀이터”라며 “세계적인 경주마들이 경주로를 달리고 말 테마파크에서는 가족이 캠핑을 하면서 놀이공원도 즐기는 레저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에버랜드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에버랜드는 동물원, 놀이공원, 물놀이, 숙박 시설을 아우르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센터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마사회의 장점인 ‘말’이라는 아이템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말을 주제로한 물놀이 시설인 ‘렛츠런 워터파크’가 대표적인다. 1,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곳은 100m 길이의 ‘워터슬라이드’와 ‘대형 수영장’, ‘유아 전용 풀장’, ‘에어바운스 슬라이드’ 등을 갖추고 있다. 사계절 썰매동산인 ‘슬레드힐’, 유아들이 보트를 직접 타 볼 수 있는 ‘보트존’도 눈길을 끈다. 이용료는 불과 3,000원이다. 이 돈만 내면 물놀이 시설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말 테마파크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3월 개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말을 주제로 한 빛테마파크 일루미아도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는 ‘빛의 마(馬)법’이라는 주제로 화려한 조명 연출을 통해 빛으로 가득한 환상의 나라가 펼쳐진다. 빛테마파크는 가족, 연인, 부부, 친구 등 모든 관람객 층이 만족할 수 있는 10여 가지 테마길, 특수조명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공연장인 ‘라이팅 페스타’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대형 워터스크린 위에서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빛의 공연이 펼쳐지는 ‘드림 라이팅 페스타’까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해 3월 개장 이후 벌써 2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숲체험, 모래놀이, 곤충체험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번에 할 수 있는 ‘토마의 정원’도 있다. 지난해 6월 개장한 ‘토마의 정원’은 자연과 힐링을 테마로 한 차별화된 어린이 자연체험학습장이다. 동화 속 식물이야기 및 곤충체험, 모래놀이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콘텐츠 공간이다.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꿈트리하우스(전시온실)’는 ‘토마의 정원’을 대표하는 체험공간이다. 10여 개의 온실로 이루어진 곳이다. 여기서 펼쳐지는 체험의 세계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해 확장공사를 실시해 시민들의 이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에버랜드를 염두에 둔 마케팅 전략은 부산, 경남 지역 최고 명물인 부산 사직야구장을 뛰어넘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총 방문객 수는 104만여 명이었다. 사직야구장의 입장객 수 85만 명보다 많았다. 지난해에는 월 평균 입장객 수가 6만 명을 돌파했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에는 월 평균 입장인원이 7만 명에 이르렀다. 세계 최고수준의 경마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입장고객 늘리기에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발상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최원일 본부장은 “부모와 아이들이 손을 잡고 방문하는 가족이 많아진 것 처럼 경마의 건전화에 노력한 결과 오랜 기간 부정적 인식에 싸여 있던 ‘경마’라는 상품을 보는 인식에 전환을 불러왔다”며 “에버랜드를 경쟁 모델로 삼았다는 것은 유쾌한 발상의 전환으로 부산,경남 지역의 ‘에버랜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개척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