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최근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푸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기술(IT)을 무기로 내세운 인터넷은행이 IT 회사든 은행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날고 긴다’하는 디지털 인재들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적게는 한 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도 인터넷은행으로 이직하면서 인력 유출뿐 아니라 기술 유출도 심각한 상태다.
당장 27일 출범 예고된 카카오뱅크만 봐도 그렇다. 총 임직원 수 300명 중 18%에 달하는 54명가량이 타 은행 IT부서 출신이다. 간편 송금을 담당했던 직원이 직장만 바꿔 송금 서비스 개발을, 모바일뱅크를 담당했던 이가 또 다른 곳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다 키워놨더니 결국 남 좋은 일 됐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IT 인력 유출이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요 은행에서 일제히 중장기 목표로 디지털 강화를 내걸면서 ‘업계 선수’를 모시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1~2명씩 채용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두 자릿수 디지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손 놓고 있다간 다 뺏긴다”며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은행들이 눈에 불을 켜고 외부 인재 물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