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주 안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이 포착돼 정부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의하고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답을 대신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출발부터 길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5일 “평안북도 일대에서 미사일이 들어 있는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면서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인 27일을 전후로 도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평북 구성은 지난 5월 중거리 탄도미사일 KN-17 발사를 포함해 북한이 자주 미사일 시험을 하는 곳이다.
앞서 CNN은 2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탄도미사일 발사장비를 실은 수송차량이 21일 평북 구성에 도착했다”면서 “발사장비가 포착되면 통상 6일 안에 실제 발사로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포착일로부터 6일째 되는 날은 27일이다. 정부는 이날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며 21일 판문점에서 군사당국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으나 북한은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국방부는 27일까지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겠다고 한 상태다.
북한이 대화 제의에 호응하기는커녕 추가적인 도발을 할 징후가 나타나자 정부는 당혹한 모습이 역력하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어떠한 도발 가능성에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한미 당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 중에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 또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만일 북한이 27일까지 군사당국회담 제안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 국방부가 유감 표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27일 미사일을 쏜다면 유감 표명 정도가 아닌 강력한 정부 차원의 규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를 기점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 또한 급속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해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탄두의 최대 중량을 현행 500㎏에서 1톤으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79년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180㎞, 탄두 중량을 500㎏으로 각각 제한했다. 이후 한국은 2001년 미국과 협상해 사거리를 300㎞로 늘린 데 이어 2012년 협상을 통해 이를 다시 800㎞로 확대했다. 이번에는 사거리가 아닌 탄두 중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탄두가 커지면 지하 벙커에 숨은 적의 인명과 시설에 대한 파괴력이 상승한다. 이른바 ‘벙커버스터’로서의 역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또한 “정상 간 논의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맹준호·박형윤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