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자영업 롱런시대, 이제는 상인정신이다]구조조정 직격탄 맞은 '부울경'...프랜차이즈 가맹점 되레 늘어

지역 조선산업 불황으로

자영업 신규 유입 아이러니

커피음료·패스트푸드 등

진입장벽 낮은 업종에 몰려

자영업은 어느 산업보다 내수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다. 경기가 좋아야 지갑이 열리고 자영업은 흥한다. 반대로 경기가 꺾이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또 자영업 시장이다.

이처럼 명백한 경제논리가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는 쉽게 허물어진다. 지난해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 휘몰아쳤다. 현대·삼성·대우 등 이른바 조선사 빅3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은 1~2차 벤더 및 하청 중소기업으로 확대됐고 많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역경기는 쑥대밭이 됐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쯤 되면 자영업 시장 역시 구조조정이 나타날 만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6만2,127개를 기록했던 부울경 카드가맹점 숫자는 구조조정 후폭풍이 상륙했던 지난해 20만851개로 오히려 약 4만 곳이 더 늘었다.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같은 기간 8,578개에서 1만6,886개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2010년은 조선업 호황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로 지역경기가 최고조일 때보다 더 많은 숫자의 자영업자들이 조선업 불황 때 신규로 유입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업종별 창업형태를 보면 더욱 흥미롭다.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커피음료로 무려 399.6%(2010~2016년)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커피음료에 이어 유아교육(247.8%), 세탁소(130.5%), PC방(120.6%), 편의점(85.8%), 이·미용(69.9%), 패스트푸드(67.9%) 순으로 창업이 몰렸다.


유아교육이나 세탁소처럼 모수가 적어 증가율이 높아 보이는 업종을 제외하면 모두 밀도는 높은 반면 진입장벽은 낮다는 특징을 보인다. 실직 대안으로 자영업이 선택되다 보니 유행성 창업과 동일업종 쏠림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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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유일한 먹거리인 지역 경기가 추락했는데도 이처럼 창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창업만큼 높은 폐업숫자에 숨겨 있다.

2010년 3만3,508건을 기록했던 부울경 카드가맹점 계약해지 건수는 2012년 4만8,069건으로 꼭지를 찍은 후 최근 3년 사이 매년 평균 3만5,000여개를 기록했다.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최근 6년 사이 계약해지 신고가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프랜차이즈 사업의 시장안착률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3년 사이 신규계약한 카드가맹점이 약 4만4,000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장에서 낙오한 자영업자들의 자리를 새로운 자영업자가 채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회전문 창업’이다. 그만큼 실직자들의 선택지에는 자영업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부울경 자영업 시장에는 △비자발적 창업 △유행성 창업 △회전문 창업 등 국내 자영업 시장의 부정적 특성이 압축돼 있다.

안상욱 KB국민카드 빅데이터전략센터 차장은 “부울경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창업이 쉬운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신규창업이 증가하고 그만큼 폐업도 늘어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며 “쏠림현상에 따른 창업의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비창업자들의 자율적인 시장분석과 기술습득 등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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