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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무혐의로 끝난 '아이돌 성폭행' 논란, 남은 건 손상된 '공든탑' 뿐

피해 여성의 입장 번복으로 조용히 일단락되는 줄 알았던 일명 ‘아이돌 성폭행 사건’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건 수사 결과 신고자가 주장한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해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으로 밝혔다.


앞서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지난 6일 오전 8시 56분께 강남구 역삼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 A를 포함한 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으나, 같은 날 오후 A가 아닌 당시 자리에 함께한 B, C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그 가운데 25일 한 매체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사건을 재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술자리에는 아이돌 멤버 A, A의 친구 B, 선배 C,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신고 여성 D를 포함한 여성 3명이 함께 했다.

남자 셋 여자 셋, 잘 갖춰진 구색처럼 이들은 술을 마시며 벌칙으로 농도 짙은 스킨십을 이어 갔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아이돌 멤버 A는 신고 여성 D와 방으로 들어가 성관계를 맺었다. 관계를 끝낸 A가 집에 돌아간 이후 D는 선배 C와도 관계를 맺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아이돌 A가 사용했던 피임기구를 비롯해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줄 증거 자료를 수집해 조사를 벌였으나 성폭행 혐의를 적용할 뚜렷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의 관계에 있어서 그 어디에서도 강제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애초부터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던 그들만의 파티였음이 드러나면서, 사건 자체는 깔끔하게 마무리 됐다. 하지만 유일한 한 사람, 아이돌 A만큼은 이미지 실추라는 뼈아픈 삯을 치르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의 연예인에게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며 그에 따른 잣대를 드리운다. 특히 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다. 음주운전,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보다 성 관련 문제로 논란을 빚은 연예인의 복귀가 쉽지 않은 것 역시 이러한 기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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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관련 범죄만큼은 설사 그것이 무혐의 처리된다 하더라도 거론된 자체만으로도 회복하기 힘든 이미지 실추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박유천을 시작으로 성추문 혐의로 구설에 오른 엄태웅, 이민기, 이진욱 등은 모두 사건에 관해 무혐의 처벌을 받았음에도 현재까지 대중의 따가운 눈길을 받고 있다.

‘합의 하에 관계’라는 주장으로 법적인 처벌은 면했으나, 누구보다 대중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줬던 사람들이었던 만큼, 대중은 그들에게 높은 형량의 도덕적인 처벌을 내린 것이다.

얼굴과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구설은 그야말로 연예인으로서의 존폐위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수익을 날려버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수년간의 기록과 영광이 한 순간에 증발해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는 주요 팬 연령대가 1~20대에 맞춰져 있는 아이돌 가수로 갈수록 더욱 큰 반응이 이어진다. 내 가수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자고 이야기는 하면서도, 굳이 그 사생활을 직접 마주하고 싶지 않은 팬들의 바람이랄까.

대부분 아이돌 가수들의 수명이 20대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국한되는 만큼, 아이돌의 실수 하나는 체감상으로는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이 감당하는 몇 곱절 이상의 대가로 이어진다.

이번 사건만 해도 겉으로만 따져본다면야 젊은 남성이 이성 한 두 명쯤 못 만날 이유가 어디있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애정을 기반한 이성관계가 아닌 본능에 기댄 ‘원나잇 스탠드’였다는 점에서 아이돌 A를 향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이돌 그룹이 이미지나 콘셉트 등에서 철저한 회사의 기획과 관리 하에 탄생하는 것은 맞지만 개인의 사생활 관리는 온전히 당사자 개인의 몫이다. 더구나 순간적인 실수가 자신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칫 팀의 이미지까지 손상시킬 수 있는 만큼, 더욱 행동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할 터. 명예를 쌓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할 때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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