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4災 낀 호남경제 '앞이 캄캄'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 협력업체 실직만 4,000명

금호타이어 매각성사되면 구조조정 피하기 어려워

광주에 공장 둔 기아차 판매 부진도 지역에 치명타

한국GM 10월 철수설까지 나돌아 민심 더 뒤숭숭







호남권의 경제지표는 최악이다. 제조업생산이 꺾이고 고용마저 2개월 연속 줄면서 소비는 최악이다. 대형 소매점 판매지수는 1·4분기에 -3.0%를 기록했다. 성장은커녕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네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데 이어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고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기아자동차 판매는 부진한데다 한국GM 철수설까지 나돌면서 경기를 반전시킬 수단이 없다.

오죽하면 자치단체장이 피켓시위를 하고 나섰을까. 실제 유근기 곡성군수는 지난 23일 전남 광주 KDB산업은행 지점 앞에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을 중단하라’는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곡성 공장에는 1,800여명의 정규직과 50여개의 협력업체 직원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곡성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업체인 셈이다.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에도 약 2,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이 호남권의 핵심 이슈가 돼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호남권 실물경제는 제조업생산이 줄어들면서 빠르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호남권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해 4·4분기(-0.2%) 마이너스로 돌아서 올해 1·4분기(-0.6%) 감소폭이 확대됐다. 대형 소매점의 판매액 지수 역시 1·4분기(-3.0%)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와 중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보복으로 광주 지역에 공장을 둔 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한 것이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군산조선소의 영향이 크다”며 “(가동 중단으로) 협력업체 등 제조업 자체도 타격을 받았지만 지역에 형성된 상권이 죽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산조선소 폐쇄로 직영 인력(800~900명)을 제외한 4,000여명의 인력이 실직한 상황이다. 구조조정 여파로 4월과 5월 줄어든 취업자 수만 전남 1만명, 전북 1만2,000명에 달한다. 만약 만약 금호타이어가 매각되면 가뜩이나 쑥대밭이 된 호남지역 경제는 더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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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호남권 경기를 살릴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산조선소 폐쇄로 들끓는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노후선박을 폐선하고 군산조선소에서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 건조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지역은 곧바로 “알맹이가 없는 대책”이라며 비판했다. 정부가 공공발주를 통해 직접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지역 의원들은 “거제 바다와 군산 바다가 왜 그렇게 다른가”라고 비난하며 지난해 수조원의 혈세를 지원했던 대우조선해양처럼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특정 지역을 위해 공공선박을 발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공공발주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해도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도크 11개 가운데 비어있는 곳은 군산조선소뿐 아니라 울산에도 두 곳이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의 종류와 여건에 따라 최적의 장소에서 건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GM이 군산에 공장을 둔 한국GM을 오는 10월께 국내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국내 공장 중에서는 특히 군산 공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 공장과 스파크를 만드는 창원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는 것과 달리 군산 공장은 한 달 중 10일 가까이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GM는 지난해만 6,300억원의 순손실을 보며 최근 3년간 2조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군산조선소에 이어 금호타이어, 한국GM 철수까지 호남벨트 구조조정이 가팔라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 정부의 표밭인 호남지역 민심이 돌아설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민간업체의 문제이고 한국GM은 당장 철수를 안 해도 매출 하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된다”며 “정부가 사실상 주인이었던 대우조선과 이 기업들은 문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구경우·조민규·한재영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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