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 혼란 부채질 하는 '정규직화 지침'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25일부터 3일간 전국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정부는 852개 공공기관에 다음달 25일까지 기관별 정규직 전환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문제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방향성’만 제시할 뿐 세부 ‘방법론’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기관들의 최대 관심사는 예산이다. 852개 공공기관은 기간제 근로자 19만명과 파견·용역 근로자 12만명 등 총 31만명 중 얼마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내년 예산이 확정되지 않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무자들 사이에서 “일의 순서가 뒤바뀐 게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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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 수탁사업을 하는 부서의 경우 언제 사업이 없어질지 모르는데 무턱대고 정규직화하기도 어려워 해당 기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대학들의 경우는 등록금 인상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정규직화 압박을 받다 보니 어디서 재원을 조달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필요성이나 재원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이면 나중에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업무 비중이 늘어나면서 공공기관 통폐합을 통해 효율성을 꾀하고 있는 마당에 무턱대고 공공기관 근로자를 늘리는 것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다. 정부는 단순히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필요성과 재정적 준비사항 등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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