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뭐라고 부르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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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 준 최대의 선물은 해양수산부 신설이다.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을 합친 해양수산부의 약칭은 지금 쓰는 ‘해수부’지만 처음에는 ‘해양부’였다. 해양강국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있고 어감이나 발음상 낫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수산청 출신 공무원과 유관단체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섰다. ‘수산’ 홀대론이 비등하자 결국 해수부로 통일해 썼다.


어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의 명칭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됐다. 정부의 원안은 중소벤처기업부였지만 외래어를 넣지 말자는 의견이 개진되면서 여야 간사 합의로 중소창업기업부로 잠정 결정됐다. 그러나 막판 상임위원회에서 벤처가 익숙한 상용어라는 주장이 힘을 받아 돌고 돌아 원안대로 바뀌었다. 약칭은 뜻 모를 ‘중벤부’가 아니라 알기 쉬운 ‘중기부’로 쓴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어감이 좋지 않은 ‘산통부’ 대신 ‘산업부’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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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행정안전부로 바뀐 행정자치부는 하도 많이 달라져 헷갈릴 지경이다. 1998년 내무부와 총무처를 합친 행정자치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행정안전부, 박근혜 정부 때는 안전행정부였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도로 행자부로 바뀌었다. ‘행자→행안→안행→행자’로 뺑뺑이 도는 동안 기자는 물론 공무원조차 부처 명칭을 오기하는 해프닝이 잦았다. 세월호 이후 안행부가 행자부·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로 쪼개지면서 간판과 관인·서식·전자라벨 등 이름을 고치는 데 6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거시경제학’을 쓴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사회적 비용을 ‘메뉴 비용’으로 설명한다. 물가 상승으로 음식값이 오르면 메뉴 교체 비용이 드는 데서 착안한 경제이론이다. 가격 변동에 따른 마케팅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이것 역시 비용이다. 정부조직 개편도 마찬가지다. 이름 교체 비용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의 안정성 훼손도 비용이다. 구성원 간의 화학적 결합에도 비용이 든다. 기업이 어지간해서는 이름을 바꾸지 않는 연유다. 정부조직 개편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후 이번이 벌써 62번째다.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이리저리 뗐다 붙이는 데 든 사회적 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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