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간부채 탕감해 줄거면 개인회생·파산제는 왜 있나

정부가 장기연체 중인 취약계층의 빚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대부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장기·소액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8월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연체채권의 소각 범위를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기업 외에 민간 대부업체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나올 연체채권 소각 규모는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행복기금의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채권 연체자만 40만3,000명에 달하고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15년 이상 연체자도 28만1,400명이다. 여기에 대부업체까지 합치면 빚 탕감 수혜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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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사회 취약계층에 대해 어느 정도 구제와 지원을 해 주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실히 빚을 갚아나가는 서민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숨기고 채무탕감을 기다리는 이른바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로 최 위원장도 “누가 상환능력이 없는지를 젓가락으로 생선 살 발라내듯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정부의 방침은 이자면제나 분할상환 등 일부 탕감 방식을 취했던 과거 정부와 달리 이자와 원금 등의 완전탕감 방식이어서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빚 탕감 대상을 민간 금융업체까지 확대하는 것은 너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자칫 ‘금융권 빚은 안 갚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퍼지면서 신용질서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성도 있다. 이런 방식이 아니어도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이나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등 기존 지원제도를 잘 활용하면 금융 재기를 도와줄 수단은 많다. 굳이 모럴해저드를 야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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