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폐쇄 여부를 결정할 주체가 시민배심원제에서 정부로 바뀌었다. 정부가 신고리공론화위원회 출범 일주일도 안 돼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정부는 앞서 공론화위원회 출범 첫날인 지난 24일 “공론화위원회의 시민배심원단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결정권이 전적으로 시민배심원단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신고리 폐쇄 여부가 사회적 합의보다 정부 방침에 무게를 두겠다고 해석될 수 있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론화위원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애초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공사 재개에 대한 찬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공론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에 제공하기로 했다. 사실상 ‘결정’에서 ‘권고’로 권한이 축소된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은 “(위원회 구성 당시) 처음 듣기로는 조사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폐쇄 여부가) 결론 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국민의 생각을 자세히 듣고 그분들의 의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리해 자세하게 보고드리는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최종결정권자의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가 다음달에 실시할 1차 여론조사에서 공론화 과정 참여 의사를 물어 350명 표본을 추출한 뒤 2차 조사와 숙의 과정, 최종 3차 조사를 진행해 참여자들의 의견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정리해 오는 10월에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어젠다를 만들어 공론조사를 설계해 배심원단을 꾸리면 배심원단이 숙의 과정을 거쳐 공사 재개냐 영구 중단이냐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나흘 뒤 배심원단에서 공론조사 방식을 취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공론화위원회는 배심원단이 찬반 결정을 한다는 애초 방침에 대해서는 “배심원제와 공론조사는 상당히 다른 방법인데 혼용됐고 이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심원제는 찬반 의사결정을 목적으로 하지만 공론조사는 이견을 조정해 합의를 형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추후 논의를 통해 대체 용어를 찾기로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입장 번복’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브리핑이 끝난 뒤 20여분 만에 다시 “이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추가 질문은 받지 않았다.
공론화위는 오는 8월까지 1차 조사를 하고 공론조사 대상자를 추출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뒤 최종 조사는 9월 말 또는 10월21일 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8월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되는 한국갈등학회 주관 공론화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후원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