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도 재계 총수와의 회동은 피할 수 없는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의 총수를 만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소개하고 나아가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선결과제였기 때문이다.
5공 청문회 스타로 재벌 개혁에 대한 소신이 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계 총수와의 회동은 피할 수 없었다. 단 노 전 대통령은 첫 만남에서 일종의 ‘기선제압’을 했다. 종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자주 찾았던 단골 삼계탕집에 4대 그룹 총수를 불러들인 것이다. 재벌 개혁 의지가 강했던 노 전 대통령의 등장이 불편했던 재계 총수들이 청와대가 아닌 삼계탕집으로 불러들여 갔을 때만 해도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분위기가 훈훈하게 흘러간 일화는 유명하다.
이때가 대통령 취임 후 3개월여 만인 2003년 6월 1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늦게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다가오는 2004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등을 불러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현대그룹 출신이자 경제대통령을 표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계 총수와의 회동에 거리낌이 없었다. 2007년 12월28일 당선 9일 만에 전경련을 방문한 이 전 대통령은 기업과 청와대의 ‘핫라인 개설’ ‘회동 정례화’ 등을 공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박근혜·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가장 빨리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취임 68일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같이 당선인 시절부터 재계 총수와의 간담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보다 당선 이후 가장 빨리 전경련 회장단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이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취임 이후 6개월 만인 2013년 8월이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 사업 등을 이유로 수차례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대부분 오찬이었고 술 대신 포도 주스로 건배를 했다. 재계 총수와의 오찬 메뉴에 캐비어 등이 제공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