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담뱃세 인하를 통해 담배 값을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금연 치료제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연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자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던 국내 제약사들이 나섰던 담뱃값 인하 추진 소식에 근심이 깊다.
국내 금연 치료제 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을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고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 금연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화이자의 ‘챔픽스’는 2014년 50억원 매출에서 지난해 420억원으로 2년 만에 8배 성장했다. 금연을 시도하는 흡연자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자 국내 제약사들도 잇따라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한미약품(128940)은 ‘HIP1502’에 대한 임상 1상을 시작했고, 지난 5월에는 제일약품(002620) ‘제로픽스’가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경동제약(011040) ‘레니코’가 임상시험에 돌입하며 제품 출시에 속도를 높였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제품은 챔픽스의 주성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염 성분만 변경한 일종의 개량복제약이다. 염 특허만 회피하면 되기 때문에 임상 1상만 마치면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화이자는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챔픽스의 특허를 2018년 11월에서 2020년 7월로 연장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사들은 “염 성분을 바꾸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침해를 피해갈 수 있다”며 “내년 말쯤은 출시가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야당이 담뱃값 인하를 당론으로 정하자 제약사들은 난감해졌다. 담뱃값이 내려가면 금연약도 덜 팔리고 큰 돈을 들여 개발한 신약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연 치료제에 관심이 없던 국내 제약사들이 담배값 인상으로 ‘챔픽스’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속속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담뱃값이 내려가면 치료제 시장이 다시 위축될 것이 뻔하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담뱃값 인하를 반대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