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유시민 선생님은 ‘잡학박사’의 리더이십니다. (웃음) 뜨거운 분이세요. 현장에서 불합리한 것들을 못 참고, 그러면서 놀랐던 것은 굉장히 소년같은 모습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이죠. 순수한 면들도 많으신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정치를 하셨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아하시고. ‘잡학박사’라는 타이틀에 가장 걸맞은 분이기도 하세요. 모르는 것이 없다보니 ‘어쩜 저렇게 아는 정보가 많은지’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황교익 선생님은 음식 전문가세요. 음식이 우리 삶에 되게 밀접한 부분이잖아요. 사실 처음에 기대했던 역할은 음식분야였는데, 예상치 않게 감수성이 예민하시더라고요. 문학적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감수성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감동을 받아 울컥울컥 하실 때도 있으세요.”
“반면에 김영하 작가의 경우 의외로 감수성, 문학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식물을 사랑하셔서 촬영 중에도 그런 것들을 많이 보시고…처음에는 문학을 기대하고 모셨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온갖 체험을 전문으로 담당하고 계세요. 레저를 즐기시고 식물을 사랑하는, 어쩔 때는 ‘알쓸신잡’보다는 ‘꽃보다 청춘’을 찍는 건가 싶을 때도 종종 있어요. 스타일이나 말씀하시는 것들이 굉장히 젊으신 분이세요.”
“정재승 교수의 경우 귀여움을 맡고 계시면서, 유일한 이과생으로서 수치와 논문과 팩트에 기반한 이야기를 많이 아세요. 과학콘서트 등과 같은 저희 프로그램과 맞닿아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셔서, 사실 처음 섭외 단계 때부터 제일 모시고 싶었던 분이셨어요.”
마지막 유희열에 대해서 양정우 PD는 “제작진과 선생님 사이 눈높이를 맞춰주는 조정자”라고 정의했다.
“정말 한 분도 빼놓지 않고, 캐스팅하기에 쉽지 않았어요. 출연제안을 하면 일단 첫 반응은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하면 좋겠는데…’였어요. 굳이 본업이 있고 바쁜데다 이런 예능을 하면서 유명해지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으셨던 것 같더라고요. 여러 가지 고민들이 있어서, 유시민 선생님께서 먼저 출연을 결정하시면서 이후 출연자 라인업이 완성됐던 것 같아요.”
“제가 유시민 선생님의 이름을 많이 팔고 다녔죠”라고 말한 양정우 PD는 섭외 비하인드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유시민 선생님게서 멤버들에게 ‘시간도 많이 뺏기고,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자.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고, 지식도 전해주고, 교양인의 대화가 뭔지 보여주자’고 함께 설득에 들어가 주셨어요. 서로가 서로를 추천하기도 하고, 그렇게 거기에 맞는 분들이 모이게 된 거죠.”
물론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에 출연하게 된 이면에는 그의 아내분의 추천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정우 PD는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사모님에게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런 그에게 ‘알쓸신잡’의 시즌2를 제작할 의향이 있느냐 물었더니, 단번에 “당연히 하고 싶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선생님들도 시즌2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계세요. 다만 선생님들께서 본업이 있으시다보니 다들 바쁘세요. 출판 계획과 학업도 하셔야 하시니까요. 시간도 그렇고 학계에서 바라볼 때 여러 가지 평가도 있으니 무작정 프로그램이 잘 되고 좋으니 계속 하자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알쓸신잡’의 시즌2 제작 요청을 비롯해 시즌1의 회차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한 양정우 PD는 “애초에 선생님들의 본업 계획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8회만 하자고 이야기가 됐었다”고 털어놓았다.
“잘 된다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회차를 늘리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아쉬운 것들을 감독판에서 풀기로 했죠. 이번에 나온 아쉬운 부분들은 시즌2가 제작된다면 그때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입니다. (웃음)”
만약 시즌2를 만들게 되면 ‘알쓸신잡’의 멤버 그대로 가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양정우 PD는 “선생님들이 원하신다면”이라고 답변했다.
“선생님들께서 ‘더 이제 더 이상 공부 안 할거야’라거나 ‘여행을 하기 싫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시다면 계속 같이 하고 싶어요. 만약 이번 ‘알쓸신잡’을 통해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면 회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부분은.”
대화를 하다보면서 느낀 것 중 하는 ‘알쓸신잡 시즌2’의 제작을 가장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양정우 PD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알쓸신잡’이후 특별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큰 계획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알쓸신잡’을 장기적으로 길게 만들어가도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잘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알쓸신잡’ 제작 초반에 몰랐던 부분들이 많았어요. 하는 중에 바꿔가고 있어서 보안을 해서 시즌2를 만들고 싶어요. 만약 다음 시즌을 하게 된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장소는 대도시에요. 지금까지 갔던 도시 중에 대도시는 없었거든요. 사실 대도시 특집으로 여행 장소를 ‘서울’로 잡을 경우, 한 시즌 전체를 서울로만 해도 될 정도로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서울은 구나 동 단위로 잡아도 정말 이야깃거리가 많은 도시인 것 같아서, 이런 고민들도 해봤는데…그냥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입니다. 하하”
다음 시즌이 만들어 질 경우, ‘알쓸신잡’은 계속 국내로만 여행을 다니게 될까. 이에 대해 양정우 PD는 “그것도 고민해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해외판은 해외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해외로 나갈 경우 그만큼 저희도 공부를 해야 하고, 전문가도 섭외해야 하며, 나름 준비할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먼저 회의를 해봐야 알 것 같아요. 그런데 국내에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당초 계획보다 너무 많이 남아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해외 보다는 국내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