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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최무성, ‘의리있게 사람답게 잘 살자!’고 외친 사연

대한민국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들 속 ‘파수꾼’들의 활약을 담은 액션 스릴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최무성을 만났다.

배우 최무성은 어떤 역을 맡겨도 자기 것으로 생생하게 창조해내는 베테랑이다. 그렇기에 그는 “배우란 절대 익숙해져선 안 된다. 익숙해지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인간 최무성은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하는 덕목으로 ‘의리’를 꼽은 의리남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평범한 인간에서 시작해서 인간 그 이상으로 넓혀갔다. ‘잘 살고 싶다’는 뜨거운 깨우침을 안겨준 인터뷰였다.


한편, 최무성은 tvN 하반기 기대작 ‘감옥’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나이를 먹어 갈수록 삶 주변에 널려있는 온갖 불의에 무뎌지는 수 많은 어른들을 위한 연극 ‘사람을 찾습니다’의 연출가로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


다음은 배우 최무성과의 일문일답이다.



-‘응팔’에서 호흡을 맞춘 아들 박보검에 이어 ‘파수꾼’에서 아들로 나온 박솔로몬 배우도 느낌이 좋더라. 아직 개봉전이지만 이안규 감독의 영화 ‘소중한 여인’에서도 아들로 나온 배우 김민석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최무성 아들로 나오면 배우로서 잘 된다는 말도 나오더라.

“내가 특별히 어떤 기운이 있는 게 아니라. 아무튼 저와 작품을 하고 그렇게 잘 되는 경우를 몇 번 봤어요.(웃음) 그들이랑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고, 내 성격이 처음 보면 살갑게 대하는 편이 아니라 많이 챙겨주진 못해요. 좀 더 만나야지 친해지는데, 다들 성실하게 연기도 잘하니까 예뻐요. 내 아들 된 친구들이 잘 됐으니까 나 역시 기쁘죠.

이번에 솔로몬도 괜찮은 배우이더라. 되게 어린데,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하는 친구다. 역할도 작은 역이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면 이해를 잘 하고 표현을 잘 하더라. 아직 개봉전인데 부산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살아 남은 아이들’에서 내 아들로 나온 성유빈이란 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도 잘 됐으면 해요. 다들 앞으로 가능성이 보이는 친구들인 것 같아요. ”

-박보검씨가 아버지 역할로 인연을 맺은 최무성씨에게 연락 자주 한다고 들었다. 요즘에도 자주 연락하나?

“요즘엔 뜸한 편이다. 보검이가 때마다 문자도 보내고 연락을 했어요. 아무래도 20대니까 저를 편하게 생각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원체 반듯한 친구라 잘 하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

-쉬지 않고 일하는 배우이다.

“일반적인 조연과 다를 바 없어요. 동시다발적으로 작품을 가는 건 아니라서, 어렵진 않아요. 그렇게 너무 놀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는 거죠.”

-스스로 조연이다고 말했다. 주연급 배우로 불리고 싶은 마음은 없나?

“그런 기회가 되면 할 수 있어요. 다만 연기자 입장에서 ‘주연이다 조연이다’ 란 그런 구분은 없어요. 배우라면 좀 더 그 이야기의 중심에서 주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죠. 롤 뿐 아니라 상황마저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다른 요소를 떠나서 내가 주연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요. 한 작품을 끌고 가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그런 탐구와 준비가 필요하죠. 그게 갖춰지면 할 수 있겠죠.

어떤 목표치가 저것인 양 욕심 부려서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무리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지금 내 상황에 맞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라 봐요. “

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


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말한다면?

“우선 내가 작품에 민폐 안 끼치고 갈 수 있을까? 내가 이 인물을 표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다른 요소들은 회사에서 판단하는 걸 따르는 편인데, 연기하는 부분은 내가 판단할 부분이라, 내가 의욕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면 선택합니다.

뭔가 한 인물이 이야기할 것들이 많은 역이 좋아요. 악역이냐 선한 역이냐를 떠나서, 심리적으로나 내면적으로도 복잡하달까. 뭔가 단순하지 않은 역에 끌려요. 배우라면 다들 내가 이 역을 조금 더 새롭게 창조해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지만 배우가 작품 속에서 보게 줄 게 많은 인물이란 뜻인가?

“그런 게 좋아요. 되게 평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지 않은 디테일이 포함 돼 있는 인물이요. 예를 들면, 부모님과 와이프에게 기댄 백수가 있다고 쳐요.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할 게 없는데, 그 안엔 할 게 많아요. 자신이 자기 중심이 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평범하게 보이는 것 같지만 속으론 곪아있어서 갈등이 심한 인물이죠. 그래서 조금 더, 활기찬 척 하고 사는 역할로 보일 수 있어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역할이 배우에겐 할 게 많거든요.”


-2011년 JTBC 개국 드라마 ‘청담동 살아요’에서 페이닥터 최무성 역할로 분했다. 그 역할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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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청담동 살아요’때도 그랬어요. 제일 좋은 학교 나온 치과의사인데, 자기 병원 은 말아먹고, 하숙집에서 살고 있는 친구죠. 외국 나간 자식들에게 돈을 보내면서 기러기 아빠로 힘들어하면서 사는데 그러면 배우가 할 게 많죠. 생각할거리들이 많잖아요. 배우들이 그런 역할들을 많이 못해본 것 같아요.

임팩트가 있는 역도 좋지만, 밸런스가 맞는 역이 좋을 것 같아요. 한편으론 이런 역할도 해보고, 저 역할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좋겠죠. 배우가 자기 스스로 만들어서 할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니잖아요. 제 연기 포인트가 넓으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극단 신인류도 이끌면서 연극 ‘사람을 찾습니다’를 매년 올리고 있다. 올해엔 제38회 서울연극제에서도 수상했다. 연극 연출가로서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는 걸 보면 엄청 꼼꼼하고 디테일하더라.

“제가 연기자라 디테일하게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큰 그림도 중요한데, 배우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그 인물의 디테일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도 (연출할 때)말은 그렇게 하면서 막상 저보고 하라고 하면 잘 못 해요. 하하. 보는 건 쉽잖아요. 제가 직접 하면 많이 놓치죠. 실상 내가 배우에게 디렉션 줄 때와는 다르게, 연기할 땐 많이 놓치는 게 많아요.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웃긴다’ 라고 말해요. 하여튼 그래요. 배우는 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을 찾습니다’는 9월에 다시 한번 대학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고, 11월에 올릴 예정인 신작을 계속 구상중입니다.“



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최무성 /사진=지수진 기자


-2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아오면서 현장에선 ‘선배님’이라고 불릴 것 같다. 연차가 오래될수록 어떤 생각이 많이 드나?

“나이가 있고 하니까 ‘선배님’이라고 대접 받는데, 어쩔 땐 갈 때가 없을 때가 있어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니까 보이잖아요. ‘이렇게 연기하는거야’라고 보이는 게 있어요. 그런데 그게 매너리즘으로 이어져선 안 되잖아요. 뭔가 신선하고 독창적으로 하고 싶다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어요. 어떤 배우든 무슨 역할을 맡았을 때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그런 불안감이 있어요. 그런 불안감을 안 가진다면 직업이 아니겠죠. 우리가 즐겁고 재미있게 놀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직업이란 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내 몫을 제대로 해야 하니까요. ”

-매너리즘에 대한 돌파구는 어떻게 찾는 편인가?

“내부적인 문제잖아요. 누군가에 의해서 좋아지는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조용히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내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곰곰이 생각을 하다보면 ‘아 이렇구나. 저렇구나’ 란 판단이 서요. 그러다보면 해결책이 보여요.”

-만으로 50세이다. 나이를 실감하는지?

“산행을 할 때, 실감하는 편이에요. 40대 친구들보다 전 속도가 뒤쳐지니까요. 안 보이는 주름살도 더 보이는 것 같고. 나이가 들수록 목표를 잡고 ‘어떻게 살아야겠다’ 보다는 ‘흐트러지지 말아야겠다’ ‘엇나가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말 한마디를 해도 후배들이 봤을 때 선배답지 못하면 안 되니까 행동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배우로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가야죠. 이 역할을 잘 해야 하는 건 나중 문제고, 배우가 먼저 정신을 바로 세워야죠. 그렇잖아요.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대충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익숙해지는 순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는 익숙해지는 일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배우란 절대 익숙해져선 안 된다는 의미인가?

“배우란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이죠. 어떤 역할도 절대 똑같은 역이 없어요. 내가 도전해야 하는 일인데 대충 이렇게 하면 된다니요? 배우란 직업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한 사람을, 아니 한 인간을 표현하는 일인데 쉽게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도 안 되는거죠. 자기가 표현할 인물을 붙들고 살아야지 겨우 나올까말까 하거든요. 그런 생각이 요즘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인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배우이다. 삶의 신조가 있는지?

“글쎄요. 신조라고 하면...거창한 것 까진 아니고 ‘파수꾼’에서 그런 대사가 나와요. 도한(김영관 분)이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데, 도한이가 ‘아버지가 많이 웃고 정직하고, 따뜻했단 사람’이라고 말해요. 이 말을 듣고 ‘너무 완벽한 사람 아니야?’라고 생각 할 수 있는데, 전 잘 사셨던 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전 늘 ‘잘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게 쉽지 않잖아요. 우리가 허점이 있는 인간일 수 밖에 없잖아요. 사람한테 비춰지는 배우들은 더 힘들어요.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죠. 그런 것에 대한 대처도 쉽지 않아요. ‘사람답게 잘 살자!’ 누구나 생각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의리’를 지키면서 살아야죠.“

-‘의리’를 지키면서 살아간다? 거기에 대해 좀 더 말해달라. ‘의리’를 외치는 김보성씨랑 따로 인연이 있는건지도 궁금하다.

“김보성씨랑 따로 아는 건 없어요. 전혀. 흔히 ‘의리’ 하면 ‘니가 가는데 내가 안 가냐?’ 란 식으로 남자들 사이에서 많이 써요. 사실 그 의미가 아니라 ‘의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를 말하거든요.

‘의리’의 사전적인 의미가 ‘사람다운 도리를 지키는 걸 말해요.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욕심이 많아져요. 세상경험이 많아질수록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쉬워지죠. 살아가는 요령이 생기는거죠. 그런 기본적인 욕구 안에서 그래도 내가 최소한 내 주변사람들, 내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그래도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도리‘를 지켜야 하는거죠. 거기서 필요한 게 ’의리‘이죠. ’의리‘가 대단하거나, 엄청난 용기를 내야 하는 게 아니었어요. 어떤 사람이든 가져야 하는 덕목이더라구요. 의리의 뜻이 그렇더군요.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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