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검친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자 검찰총장을 앞두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 윤승로 역을 맡아, 조수지(이시영 분)-장도한(김영광 분)-서보미(김슬기 분)-공경수(샤이니 키 분) 등 파수꾼들의 배후에 자리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범인보다 더 악독한 짓을 서슴없이 벌이고, 다른 사람의 인생과 가족이 망가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혈한이 바로 윤승로였다. ‘파수꾼’ 종영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그는 “당연히 현실에서는 윤승로 같은 사람들이 없어야죠”라며 소신을 밝혔다.
한편, 최무성은 신원호 PD와 ‘응답하라 1988’ 출연 인연으로 tvN 하반기 기대작 ‘감옥’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캐스팅 돼 차기작 준비에 돌입했다.
다음은 최무성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악역을 맡은 것은 JTBC ‘무정도시’ 이후 4년만이다. 최근 응답하라 1988’, ‘함부로 애틋하게’, ‘역도요정 김복주’ 등에 출연하며 친근하고 선한 이미지를 쌓아와서 더 파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많더라. ‘파수꾼’ 종영 소감은?
“시청률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끝나서 다행이었어요. 특히 후반 청문회 장면이 나올 때 시청률이 확 뛰어서 괜찮았어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야외 촬영이 없어서 그래도 편하게 촬영한 편입니다. 밤새고 그런 건 있었지만, 세트 안에서 찍어서 더위에 야외 촬영 하는 배우들에게 미안하더라구요. ‘응팔’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함께한 (김)선영이는 저보고 ‘놀고 먹는다고’ 하면서 놀리던걸요. 하하. 택이 아빠에서 윤승로로 돌아오니 놀라시던 시청자분들도 계시던데, 네티즌들 반응이 더 흥미로웠어요. ‘본래 악역 전문 배우야’란 댓글이 달린 게 기억이 나네요.”
-악역 전문 배우란 수식어가 생길 정도로 악역을 여러 번 맡았다. 이번에 ‘윤승로’란 악역을 맡아 힘들진 않았나?
“사실 악역은 힘들어요. 누군가를 괴롭혀야 하는 거니까요. 악역은 어떤 면에서 불편하긴 해요. 직접 찌르고 때리고 하다보면 힘들어지죠. 배우로서 되게 피곤하죠. 오히려 맞는 역이 편해요. 때리는 역을 하다보면 상대가 다칠 수도 있다는 불편함을 갖게 되거든요. 실제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의 가해자가 되는 기분은 좋지 않아요. 기분 면에선 착한 역이 좋죠. 악역이 심정적으론 힘든데, 배우로선 또 매력이 있어 계속 하게 됩니다.”
-악의 축이긴 하지만 윤승로란 인물의 강한 확신이 흥미롭더라.
“윤승로는 악인이라기 하기엔 명분이 강한 인물이죠. 어찌보면 독특한 명분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가 나라의 기둥인데, 나랏일을 하는 와중에 피해자가 생긴다 한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전형적인 권력자 혹은 소시오패스 같은 면모가 있었다고 할까.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부전자전이라고 하지만, 윤승로의 아들 윤시완(박솔로몬)이 더 섬뜩함을 유발했다.
“아버지 윤승로도 괴상망측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들 역시 원체 희한한 구석이 있어요. 아버지는 오만한 사람이니까, 자기 자식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들 역시 아버지 앞에선 반듯하게 위장을 해 속은 거죠. 엄마는 아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데, 무서워서 드러내서 말을 하진 않아요. 문제가 있는 가정이죠.”
-아들이 그렇게 된 이유도 궁금해지더라.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로 설명하지만, 가정 내에서 애정결핍이 있었다고 봤어요. 윤승로는 ‘내 아들은 이래야 된다’라고 생각해서, 그 기준만 충족시키면 다른 건 별 신경을 안 써요. 아들은 거기서 비뚤어졌다고 봤어요. 이시영씨 딸을 죽인 것도 어떤 면에선 질투심이 작용했겠죠. 저 아인 저렇게 사랑을 받고 사는데, 난 어떤 기준밖에 없다니.. 엄마는 남과 비교하고, 아빠는 맹목적이고 강압적으로 기준을 내세워요. 겉으론 평온하고 부유한 가정이지만 섬세하고 따뜻하게 신경을 써주지 못한거죠. 게다가 사회성도 길러주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아들이 괴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는 배우로 알려졌다. 종영 인터뷰 하는 소감이 어떤가?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처음엔 어색하고 그러는데, ‘파수꾼’을 좋아해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드리죠. ‘파수꾼’ 감독님(손형석, 박승우)에게도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요. 굉장히 힘든 와중에서 표정이 안 바뀌고 늘 한결 같이 좋으시더라구요. 힘든 스태프들을 통솔해야 하는데, 굉장히 양반이시더라구요. 촬영감독님(홍성욱)도 똑같았어요. 사람들이 순하세요. 조용히 와서 디렉션 해주시는데, 되게 배려해주시는 느낌이었어요. 촬영감독님 이름까지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홍성욱 감독님은 유난히 표정 하나 안 바뀌고 ‘허허허’ 웃으면서 이야기 하신 분이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되게 피곤하실텐데도 늘 웃는얼굴이어어요. 그러니까 현장이 푸근하죠.”
-‘파수꾼’이란 드라마가 최무성 배우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작품 할 때마다 조금씩 진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여기서 뭘 배웠지, 뭘 얻었냐고 물어본다면, 윤승로 역을 맡으면서 악역에 대한 내 나름의 경험치를 넓혔다고 생각해요.
악역에 대한 해석이 중요해요. 악역이란 게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잖아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선하거나 평범해요. 물론 특별히 선하지 않더라도 악역만큼 특별한 사람은 많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악역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 이유가, 특별한 데만 집중하다보면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또 배우에겐 장르적인 힘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거죠.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그런 점이 저에게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