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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IOC 선수위원 인터뷰] "내 일거수일투족 다 기록 중… 스포츠 외교 강국 초석 둘 것"

선수 투표 전날까지 '발유세'

당선 후 1년, 3분의 1 해외 생활

선수 학습프로그램 韓 자막 추진

"예우 과장됐지만 자부심 심어줘

2024 올림픽 LA탈락? 결정無"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의 활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권욱기자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의 활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권욱기자




현역 시절 한 발 더 뛰는 ‘발탁구’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정복했던 유승민(35). 그는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다시 한 번 기적을 이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되며 한국 스포츠 외교사에 새 역사를 쓴 것. 선수 투표 전날까지 하루 12시간 넘게 올림픽 현장을 누비는 생활을 4주간 계속한 결과다. 하루 10~20㎞씩 매일 1만5,000보 이상을 걷고 또 걸었다. 그야말로 ‘발유세’였다. 라면과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한 명이라도 더 선수들을 만나 자신을 알리고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스포츠 외교관’으로 불리는 IOC 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에 2명 있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병환으로 정상적인 IOC 위원 활동이 불가능해 사실상 유승민이 한국의 유일한 IOC 위원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행사 참석차 최근 일시 귀국했던 유 위원을 용인에 있는 그의 집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올림픽 전후로 한국을 방문하는 IOC 인사들에게 보다 깊이 있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지난 3월 말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하루 8시간씩 어학연수 중이다. 여섯 살, 네 살 두 아들을 둔 유 위원은 “아이들이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몰라도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제법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지도 벌써 1년. 유 위원은 그중 3분의 1을 해외 7~8개 도시에서 보냈다. 그는 “선수나 지도자로서 그동안 항상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만남과 회의의 연속인데 빨리 배우려고 부딪치다 보니 1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며 “아쉬운 건 이 일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티가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전 세계 95명의 IOC 위원 중 15명인 IOC 선수위원은 선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IOC 활동과 올림픽 등에서 선수 권익과 편의는 IOC 선수위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개선된다. 유 위원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선수들의 학습권이다. IOC의 여러 프로그램 중 ‘러닝(학습) 게이트웨이’라는 온라인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 한국어 자막을 포함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로서 꼭 필요한 소양들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우리나라 등 아시아 선수들 참여율이 현저히 낮더라고요. 평창 올림픽이 코앞인데 한국어 자막이 없다는 것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고요.” 한국어 자막은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초쯤 정식 서비스될 예정이다.


선수위원은 IOC 내 각종 분과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유 위원은 선수·부모·미디어·각 종목 협회의 관계를 관리하는 ‘안투라지 커미션’, IOC의 마케팅 활동 전반에 의견을 내는 ‘마케팅 커미션’ 등에 속해있다. IOC 예산이 어떻게 꾸려지고 쓰이는지 점검하는 역할도 한다. 물론 개막까지 200일도 남지 않은 평창 올림픽을 알리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유 위원은 “IOC 위원들이 부쩍 평창에 대해 많이 물어오는 걸 보고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그들의 사적인 의견까지 잘 듣고 대회 조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위원 동기인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때 한국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평창 올림픽에 꼭 가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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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선수위원의 임기는 8년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IOC 위원과 임기만 다를 뿐 같은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IOC 위원은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위원은 “부풀려진 부분도 있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보수는 없지만 연간 두세 차례인 회의 때는 항공·숙식을 제공 받고 참가비도 주어진다. 또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 참가하고 올림픽 종목 결정에도 참여한다. 최근 IOC는 2024년과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오는 9월 페루 리마 총회에서 로스앤젤레스(LA)와 파리 중 한 곳이 2024년 개최지로 발표되면 나머지 한 곳은 자동으로 2028년 개최가 확정된다. 이 같은 결정을 확정한 집행위에 참가했던 유 위원은 “두 도시의 매력과 능력이 정말 뛰어나기 때문에 IOC는 두 도시 모두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에 LA와 파리는 물론 IOC까지 ‘윈윈윈’이라는 표현이 내부적으로 나왔다”며 “두 도시 시장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만큼 9월 총회 전에 IOC를 포함한 3자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대회를 파리가 개최하고 LA는 2028년 개최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유 위원은 “IOC 내부적으로는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 총회 전의 조율에 따라 순서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LA는 저예산의 경제올림픽, 파리는 1924년 이후 100년 만의 올림픽 개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유 위원은 이달 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 때 함께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30분으로 예정됐던 가벼운 환담은 거의 1시간가량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 바흐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은 새 대통령, 새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무조건 성공 올림픽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 위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추진에 대해서는 “흥행 등 좋은 점이 많겠지만 엔트리를 구성할 때 여태까지 땀 흘렸던 우리나라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IOC는 어떤 사안이든 선수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쪽 입장이 나오지 않는 등 이렇다 할 진전이 없기 때문에 섣부른 걱정은 이르다”고 전제한 뒤 “단일팀 논의가 구체화 될 경우 부작용 등에 대해 IOC 내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곧 어학연수를 마무리하는 유 위원은 9월 리마 총회 참석을 위해 또다시 짐을 꾸린다. 지난 1년간 각종 행사와 활동에 쫓아다니느라 현장의 선수들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게 미안하다는 그는 “평창 올림픽이 끝나면 진천 선수촌이든 어디든 찾아가 누구보다 우리 선수들을 만나는 자리를 끊임없이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 위원의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IOC 선수위원이 나오는 나라’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IOC 선수위원으로서 유산을 남겨 더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 정신을 잘 이해하고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유 위원은 이를 위해 자신의 활동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회의 가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빠짐없이 녹음으로, 메모로 기록하고 정리하고 있어요. 제가 안 하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기회가 되면 재단을 만들어서 지금의 이 소중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싶어요. ‘IOC 선수위원 한자리는 무조건 대한민국 몫이다’ ‘대한민국은 스포츠 외교 강국이다’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줄 겁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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