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판명된다면 북한의 다음 수순은 ‘6차 핵실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차 핵실험 결과에 따라 북한이 ICBM에 탑재할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할 역량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미국까지 날아갈 ICBM을 자체 개발할 경우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판을 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8일 밤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현장 지도하고 “이 정도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이라는 침략국가도 무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이번 미사일 실험이 미국 본토 타격 범위 도달을 목표로 진행됐음을 나타낸 발언이다. 이번 미사일을 30∼45도의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가 9,000∼1만㎞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는 데 이는 미국 동부와 남부 지역을 제외한 본토 상당 부분이 사정권으로 둘 수 있는 사거리다.
이 정도 거리의 ICBM을 완성했다면 북한은 6차 핵실험 등을 강행하며 미국 본토 대도시에 대한 핵 공격 협박을 바탕으로 외교적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동북아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다. 북한은 그야말로 ‘게임의 룰’을 바꾸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 ICBM 기술을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로켓 추진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제어기술을 완성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화성-14형을 분석한 논문에서 “고각 발사 방식으로는 재진입과 동일한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며 북한이 ICBM 재진입 기술을 갖췄을 가능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맹준호·박형윤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