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2차 ICBM 도발] 대북압박 '4종 세트' 꺼낸 文..."北 상황 원점서 재평가하라" 지시

3개월 만에 대북정책 '대화'에서 '압박' 전환 신호탄

추가도발땐 강력 대응 수단 검토...증시 폭락도 주시

靑 "文대통령, 北 미사일 발사 징후 26일 보고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전1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옆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앉아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전1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옆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앉아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대북 대화 제의 등 협력 기조를 당분간 접고 강경 모드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제의에 북한이 끝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응답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출범 석 달 만에 일대 전환을 맞게 될 기로에 서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진과 릴레이회의를 거듭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상황에 대해 재평가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상황 재평가의 의미는 저평가돼왔던 북한의 ICBM 기술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문재인 정부가 취해왔던 대북 기조를 변경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되는 무력 도발 속에서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접경지역 군사행동 자제라는 유화책까지 내놓았지만 이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방어 준비 태세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전부터 대북 기조 변화에 대한 방향을 숙고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속하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와 미사일협정 지침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한 후 참모진과 대응책을 논의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3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북한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26일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보 라인은 추가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을 경우 한 단계 더 높은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국내 투자 위축이나 증시 폭락 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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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이 자체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현행 500㎏에서 1톤으로 늘리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한미는 미국의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 B-1B와 B-52 폭격기, F-22와 F-35B 전투기 등 전략자산 또는 그에 준하는 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했다. 30일 미국의 B-1B 전폭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데 이어 다음달 2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전에 일부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추가 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압박 ‘4종 세트’는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라는 의미를 넘어 대북 정책의 큰 틀이 ‘대화’에서 ‘압박’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드 추가 배치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중국이 북한에 회초리를 들지 않는다면 사드 배치를 비롯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진행하는 군사적 조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이 이 같은 기조를 확정할 경우 한국 외교의 중심축은 ‘균형’이나 ‘자주’보다는 ‘동맹’을 우선하는 쪽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 질주를 멈출 가능성은 낮다. 한 고위 외교 당국자는 사석에서 “북한은 정교하게 수립한 자체 스케줄에 따라 각종 미사일과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가진 자금도 충분한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와 같은 압박은 핵·미사일 질주를 멈추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은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흐를지에 모아진다. “북한이 도발을 멈춘다면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은 이미 그 전제가 깨져버렸다. 그러나 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도를 바꿔보겠다는 전략 또한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남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하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이 또한 대화 상대방인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평가다. /맹준호·박형윤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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