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국내 인터넷은행이 경쟁체제가 되면서 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하루 평균 신규가입 고객이 20만명을 넘은데다 은행에 머물지 않고 증권이나 보험 등의 판매 플랫폼이 될 경우 금융권 전반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초기 가입 돌풍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인터넷은행이 부실대출 등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기대했던 은행권의 ‘메기’ 역할과는 달리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로켓배송’을 무기로 한 쿠팡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마트·홈플러스 등 기존 유통 공룡들이 벌벌 떨었지만 지금은 어떠하냐”고 반문한 뒤 “불꽃놀이가 끝난 다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저금리를 내세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금리가 낮은 만큼 예대마진도 작고 부실대출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공식 출범한 지 4일째인 30일 오후3시 82만건의 신규계좌 개설을 기록하는 등 광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대와 함께 일부에서는 수익 모델 부재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1호인 케이뱅크에 비해 카카오뱅크는 나름의 수익 모델과 독자적인 여신관리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면서다.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국내 은행권 최저 수준인 연 2.85%로 케이뱅크(2.97%)보다 0.12%포인트 저렴하다. 대신 한도는 업계 최고 수준인 1억5,000만원이다. 이는 씨티은행의 1억4,000만원보다 높다. 더구나 카카오뱅크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저신용자(신용등급 8~10등급) 가운데 8등급에도 마이너스대출을 해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은 모험에 가깝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중은행도 8등급 대출의 경우 10% 내외, 저축은행은 20% 내외의 금리를 제시하는 상황에서 신생 카카오뱅크가 한자릿수의 대출금리를 제시하면 수익성은 물론 축적된 신용 데이터베이스(DB) 부족으로 제대로 된 여신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 우리은행도 중금리 대출시장을 겨냥해 상품을 출시했지만 연체율은 출시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 3.53%까지 치솟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톡이 가진 모바일 활동 DB를 활용해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존 금융사가 실패한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중금리 시장에 대한 CSS 구축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다 인터넷은행이 데이터를 구축하고 검증하는 데는 2~3년이 족히 걸리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나이스평가정보와 KCB에 의존하고 있고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도 “주주사인 카카오나 KB국민은행·이베이 등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하는 양은 아직 많지 않다”고 말해 정밀한 CSS 구축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에서도 37개의 인터넷은행이 문을 열었지만 이 중 13개가 대출부실로 중도 퇴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산한 인터넷은행 대부분은 무리한 대출 확대로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인터넷은행의 흥행에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 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