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안에서 새는 마크롱 밖에서도 새네

국제 무대서도 제왕적 행보 도마위

'伊와 M&A' 전임 정부 합의 뒤집고

EU 역외 난민심사소 계획 독단 발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연합뉴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연합뉴스




지난 대선에서 유럽연합(EU)의 결속을 외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주의자’로서의 진정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독단적 행보로 국내에서 지지율이 폭락한 데 이어 국제사회에서도 그의 ‘제왕적 외교’가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앞서 프랑스 정부가 이탈리아 정부와 지분매각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온 조선사 STX프랑스를 국영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은 지난 27일 이탈리아 국영 조선사 핀칸티에리로 STX프랑스의 지분 3분의2를 넘기겠다고 약속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행정부의 약속을 깨고 ‘일시적 국영화’ 방침을 밝혔다. 이탈리아가 STX프랑스의 대주주가 될 경우 자국 일자리가 줄고 안보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에 대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이 조치는 프랑스의 이탈리아에 대한 신뢰 결여를 드러낸다”며 “프랑스 전임 정부와의 합의가 새 정부에 의해 깨진 것이 유감스럽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델라세라는 “이번 사건으로 마크롱이 (유럽통합론자와는 반대되는) 국가주의자임이 드러났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으며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도 “유럽의 파트너가 신뢰할 만한 주주로 대접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유럽이 일치단결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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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국가들은 마크롱의 난민 정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유럽행 난민행렬을 차단하기 위해 “(난민들의 출발지인) 리비아에서 난민자격을 미리 따지는 난민촌(hot spot)을 만들겠다”고 급작스럽게 발표해 유럽을 술렁이게 했다. 특히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배했던 이탈리아는 자국을 배제하고 리비아 평화협상을 중재한 프랑스의 독자 행보에 크게 반발했다. 안젤리노 알파노 외교장관은 “프랑스가 그런 즉흥적인 계획을 추진할 수는 없다”며 “난민캠프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 같은 국제기구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U집행위원회 역시 역외 지역에 난민 심사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배제하고 있다가 정반대되는 마크롱의 계획을 통보받게 돼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사회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던 마크롱이 취임 2개월 만에 비난의 대상이 된 데 대해 “외교 문제를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 주피터처럼 해결하려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국방 예산 삭감과 세제·노동 개혁 과정에서도 드러난 독단적인 통치방식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 언론인 르몽드 역시 일련의 일을 두고 “마크롱은 유럽주의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타 유럽 국가와 프랑스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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