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부터 연말까지 시효가 지났거나 면책된 214만3,000명의 채권을 소각한다. 총 25조7,000억원 규모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31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금융업권별 협회장, 금융공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소멸시효 완성채권 처리방안을 이같이 확정했다.
이번에 소각할 채권은 우선 공공부문에서는 연체채무 조정 지원기관인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채권과 파산면책 채권 등 73만1,000명분 5조6,000억원이 포함된다. 금융금융기관이 보유한 16조1,000억원도(50만명) 소각 대상이다. 정부는 우선 각 기관별로 내규정비와 이사회, 전산 삭제 등의 절차를 통해 이들 채권을 다음달 말까지 소각할 계획이다.
대부업체를 제외한 은행과 보험, 여전사, 저축은행 등 민간 부문도 4조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91만2,000명의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할 계획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연내 소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면 전산원장에 단순히 ‘소멸시효 완성’으로 표시되지 않고 연체기록이나 시효완성 여부가 아예 사라져 ‘채무없음’으로 표시된다. 과거 기록에 따른 불이익이 사라져 소멸시효가 지난 채무자들이 다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소멸시효가 지나 기존 빚을 갚을 필요는 없더라도 신규 거래는 안되는 경우다. 또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채권추심업체가 법원의 지급명령 기능 등을 이용해 채무자에게 빚의 일부를 받아내면 채권이 부활하게 되는데, 채권을 소각하게 되면 원천적으로 부활할 채권이 사라지게 된다.
당국은 채권 소각을 일회성을 진행하지 않고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 공공기관은 소각 절차 등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내규를 정비 중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 위원장은 이날 소멸시효완성 채권 뿐 아니라 장기소액 연체채권도 정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경우 법에 따라 더 이상 채권자의 상환 청구권이 없고, 채무자는 상환의무가 없다”며 “채무자의 상환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므로 도덕적 해이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 이후 꾸준히 채권 소각을 진행하는 데다 소액 장기연체 채권도 정리할 계획 인만큼 금융위는 행여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소각된다’는 모럴헤저드가 확산될 지, 확산된다면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를 준비해야하는 과제가 남는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포용적 금융은 결코 비용이 아니며 시혜적 정책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경제의 활력을 제고해 생산적 금융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채무조정시 지원을 받는 분들과 그렇지 못한 분들의 입장차이를 함께 살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