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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안산선 따낸 트루벤 구본진 대표 "혈세 7,200억 아끼고 수익 주민과 나눌 것"

FI가 민자사업 총괄하는 첫사례

3,000억 규모 공모펀드 조성해

PEF·지역주민 수익 나눠 '상생'

추진위원장에 신상훈 前신한사장

구본지


“이윤 극대화보다 공공성(public)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인프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역대 최대규모 민자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된 구본진(사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재정업무관리관)는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라는 새로운 명함으로 투자자들에게 사업성을 설득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을 만난 구 대표는 6년 전 고위공직자의 삶을 포기하고 사모투자펀드(PEF) 트루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을 당시의 초심을 회상했다. ‘신뢰와 혜택’은 회사 이름을 ‘Trust(신뢰)+Benefit(혜택)’의 합성어인 트루벤인베스트먼트로 지을 만큼 그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큰 가치였다. 경기도 안산·시흥에서 서울 여의도를 20∼30분대로 연결하는 신안산선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트루벤이 사업의 중심을 공공성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추정사업비가 3조3,895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규모 민자사업인데다 재무적투자자(FI)가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자로 선정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민자사업이 건설사 중심에서 FI로 이동할 경우 시공 자체보다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 과도한 수요예측을 피할 수 있다”며 “FI가 중심이 되면 부조리한 관행을 바로잡고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4년 민간투자법이 제정된 후 민자사업은 대형건설사가 전면에 나서고 FI는 자금조달과 운용을 책임지는 시장으로 고착됐다. 그만큼 대형건설사 위주의 민자시장에서 트루벤이 사업자로 선정된 자체가 이변이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지나치게 낮은 낙찰가로 승기를 잡았다는 지적에 대해 구 대표는 “오히려 경쟁사가 너무 높은 가격을 써냈다”고 답변했다. 그는 “트루벤의 낙찰가격은 총사업비의 81.3% 수준으로 결코 낮지 않다”며 “경쟁사가 사업비의 99.1% 수준의 믿기 어려운 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트루벤은 경쟁사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 건설보조금 5,200억원을 절약할 수 있고 정부가 부담을 지는 리스크분담금도 2,000억원가량 아낄 수 있어 총 7,200억원의 혈세를 아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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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벤은 이번 민자사업의 자본금 일부를 공모펀드로 내놓을 계획이다. 구 대표는 “공모펀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사업의 지속성과 자신감을 보여주고 지역주민의 혜택을 늘리기 위해 일반인 대상 공모펀드를 3,000억원가량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안산선을 이용하는 광명·시흥·안산 주민을 우선으로 수익을 지역민들과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의 아이디어는 서울시가 2013년 서울 지하철 9호선에 도입한 것과 비슷한 성격이다. 당시 9호선 펀드는 운용주체인 맥쿼리가 철수한 자리를 시민이 차지하게 하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이디어로 5,509명이 가입해 하루 반나절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지방정부와 달리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PEF가 지역민들과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례적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처음으로 FI가 사업의 주체로 나서면서 제도가 완비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형편이다. 구 대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8월 금융회사와 건설 업계,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안산선추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그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위원장으로 영입해 업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나가며 사업성과 안정성을 견고하게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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