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승리를 위한 경쟁은 숙명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경쟁사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강력하면서도 거대한 장벽을 쌓는다. 경쟁과 상관없는 아군에겐 손을 내밀지만, 시장을 놓고 사투를 벌이는 라이벌에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 그러나 이동통신업계 부동의 1위인 SK텔레콤은 이러한 상식을 깨버렸다. 탈 통신과 개방이라는 전략을 내세우며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공개했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개방 전략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선방했다.”
지난 1분기 SK텔레콤의 실적을 바라본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수치상으로만 보면 아쉬운 대목이 분명 존재했다. 우선 경쟁사인 KT보다 매출과 영업 이익이 모두 조금씩 낮았다. 지난 1분기 SK텔레콤의 매출은 4조2,344억 원, 영업이익은 4,105억 원. KT는 같은 기간 매출 5조6,117억 원, 영업이익 4,170억 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SK텔레콤은 핵심 사업군인 이동전화에서도 매출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가입비 폐지, 그리고 기존 가입자 중 상당수가 선택약정할인 요금제로 전환한 것에 따른 불가피한 감소였다. 그러나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이어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개별재무제표 기준) 꼬리표는 이번에도 떼어내지 못했다.
개방으로 반전의 기회를 찾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키즈폰의 일반회선 전환과 청소년·중장년층 대상 타깃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신규 가입자 늘리기에 집중했다. 특화 요금제 개발과 전용 단말기 확보도 같은 맥락의 시도였다. 그 결과 이동통신 가입자는 전년 대비 91만 명 늘어난 2,983만 명을 기록했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도 10.9% 증가해 2,165만 명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컨퍼런스콜에 참석했던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시장 안정화 전략과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진행한 타깃마케팅이 1분기 실적에 주효하게 반영됐다”며 “그 결과 청소년 중심 가입자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SK텔레콤이 미래 전략으로 내세운 이른바 ‘뉴ICT’ 전략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뉴 ICT’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한 신규 사업 중 일부가 이번 1분기 실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 대표적인 것이 음성인식 인공지능(AI) 플랫폼 ‘누구(NUGU)’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출시된 누구는 올해 5월 기준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물론 수치상으로만 봤을 때 엄청난 매출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적인 측면에선 의미를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미래사업 고도화 전략에서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을 지목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누구’가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인공지능과 플랫폼의 융합으로 대변되는 ‘뉴 ICT’ 전략도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경쟁사들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KT, LG유플러스 같은 경쟁사들도 일찌감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에 관심을 보여왔다. 일부 분야에는 SK텔레콤보다 한발 앞서 진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SK텔레콤의 전략이 경쟁사와 뚜렷하게 차별화된다고 입을 모은다. 전략의 방향성이 옳다면 타이밍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강진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까지 기대만큼의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거기에는 경쟁사들에게 추격을 허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죠. 그러나 이제 이동통신 3사는 더 이상 무선전화 가입자 수나 점유율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가입자 수와 점유율을 기반으로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태원 회장 복귀 후, 박정호 사장 체제로 전환한 SK텔레콤에겐 좀 더 파격적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전략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펼칠 수 있느냐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관건이었으니까요.”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어떤 전략을 공개할 지에 주목했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기대했다. 그때 SK텔레콤이 내놓은 전략이 바로 ‘개방’에 근거한 ‘탈(脫) 통신’이었다.
장벽을 쌓아 시장을 지키다
탈 통신은 수년 간 이동통신업계를 관통해온 화두다. SK텔레콤도 지난 10여 년 간 줄곧 탈 통신을 외쳐왔다. 온라인·모바일 네트워크 기반의 전통적인 통신 서비스만으론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오래전부터 팽배해 있었다. 그런 까닭에 SK텔레콤을 이끌어온 대다수의 CEO들은 취임 후 저마다의 특색을 앞세워 탈 통신 기반의 신사업 육성 전략을 선보여왔다.
2009년 정만원 당시 사장은 ‘산업 생산성 증대’라는 전략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과 네트워크를 이종사업과 융합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는 SK텔레콤의 이 같은 도전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사실상의 시장 지배자로 거칠 것이 없었기 때문에 기대는 더욱 컸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2013년 부임한 하성민 전 사장이 전임 대표의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융합이라는 큰 틀에선 유사했지만, 해외보단 국내 시장 지키기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동통신업계 관계자 A 씨는 말한다. “2009년은 이동통신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계를 뒤흔든 큰 이슈가 있었던 해였습니다. 그 해 스마트폰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죠. 스마트폰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이동통신업계는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됐죠. 그러나 2009년 선보인 ‘산업생산성 증대’는 스마트폰이라는 변수가 고려되지 않은 전략이었습니다. 하 전 대표가 전략의 틀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이유죠. 2020년을 목표로 한 중장기 계획을 3년 만에 수정한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후 2015년 부임한 장동현 사장은 이른바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융합을 통해 신사업을 창출하겠다는 측면에선 이전 전략과 유사했지만, 기업의 정체성에 변화를 주겠다는 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사실 이때부터 SK텔레콤의 ‘탈 통신’ 전략에 속도가 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과거에는 휴대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 대부분을 통신사가 제공해왔다. 피처폰에선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외에 그 어떤 것도 구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변했다. 이동통신사가 해야 할 일이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사업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문자메시지의 자리에는 모바일 메신저가 들어앉았다. 통신사에서 운영하던 모바일 포털은 기존 인터넷 포털사들의 모바일 페이지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시장을 이끌어온 SK텔레콤이라 해도 이 같은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선 일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없었다.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아닌,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운 점유율 지키기에 급급했다. 지난 2012년 카카오톡의 음성통화 서비스 ‘보이스톡’이 공개된 이후 SK텔레콤이 보여준 행보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A 씨는 말한다. “당시 SK텔레콤은 가장 적극적으로 보이스톡 서비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무선 통화량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이동통신사 매출이 감소하고, 이는 곧 서비스 품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죠. 실제로 5만 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 사용자를 제외한 나머지 가입자의 보이스톡 사용을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SK텔레콤은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배자적 입장을 지키는데 급급했던 게 사실입니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이 같은 평가가 다소 억울하게 들릴 수도 있다. 스스로 거대한 벽을 쌓기도 했지만, 경쟁사와의 협력, 또는 사용자 확대를 위한 개방형 전략도 이따금씩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자사 와이파이(Wifi)망 중 일부를 개방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티스토어’도 경쟁사 가입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이 같은 개방 행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모든 경쟁사가 와이파이망을 오픈했기 때문이었다. 구글과 애플이 운영하는 앱마켓 외에, 통신사가 운영하는 마켓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현실이었다. 딱히 특별할 게 없는 시도라고 평가절하된 이유였다.
그런 까닭에 최근 들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의 ‘탈 통신’과 ‘개방’ 전략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빠르면서도 광범위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렇다면 개방과 탈 통신으로 상징되는 SK텔레콤의 주요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을까.
거대한 장벽을 스스로 허물다
최근 이동통신 업계에선 특이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연합군’이 다방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연합은 지난 2015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발표로 촉발된 KT와 LG유플러스의 연합은 1등 사업자의 점유율 강화 방지를 넘어 이제 시장 전반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플랫폼 개방’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플랫폼 개방 전략은 SK텔레콤 혁신의 핵심이란 평가를 받으며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SK텔레콤 플랫폼 개방의 시작은 2015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은 2015년 12월 통화 플랫폼 ‘티(T)전화’를 모든 통신사 가입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전까지 티전화는 SK텔레콤 전용폰에만 탑재돼 자사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되고 있었다. SK텔레콤은 티전화 개방 후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개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티전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개 8개월 만에 신규 가입자 500만 명을 유치해 총 가입자 1,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티전화 가입자는 약 1,400만 명까지 증가해있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가입자 수 증가를 통해 티전화 서비스를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SK텔레콤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유럽,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플랫폼 개방 전략의 화룡점정은 내비게이션 ‘티맵’의 전 국민 무료 개방이었다. SK텔레콤의 기술력과 가입자 풀을 기반으로 성장한 티맵의 역사는 곧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맵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한참 전인 지난 2002년 ‘네이트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정된 지도를 기반으로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존 내비게이션과는 달리, 네이트 드라이브는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상황에 맞게 목적지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었다. 당연히 네이트 드라이브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내비게이션으로 평가 받았다. 티맵으로 이름이 바뀐 후에도 인기는 지속됐다. 정확성과 막힌 길에 대처하는 판단력도 점점 더 좋아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티맵은 SK텔레콤 가입자용 서비스였다. 타사 가입자의 경우, 일정 수준의 사용료를 내야 티맵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수많은 무료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시장에 출시됐다. 네이버는 자사 지도앱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했고, 카카오는 한때 무료 내비게이션 시장 1등 서비스였던 ‘김기사’를 인수해 ‘카카오 내비’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다. 그 밖에도 기존의 차량용 거치·매립형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모바일용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SK텔레콤은 티맵 개방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 B 씨는 말한다. “SK텔레콤에게 티맵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어요. 그저 SK텔레콤 가입자만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프리미엄 서비스’였던 거죠. SK텔레콤은 소비자들에게 ‘티맵을 쓰고 싶으면 SKT로 넘어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겁니다. 실제로 경쟁사 가입자들 사이에서 티맵 때문에 통신사를 갈아타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좀 더 일찍 SK텔레콤이 티맵, 나아가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가져다 줄 엄청난 기회를 알아챘다면, 아마 수년 전에 티맵을 무료 개방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를 늦게 발견한 게 아쉬울 거예요.”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의 전 국민 무료개방을 선언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티맵 실사용자 수가 개방 직전 340만 명 수준에서 약 580만 여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단일 모바일 내비게이션으로는 최초로 월간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SK텔레컴은 왜 티맵 개방 결정을 내린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가입자 유치다. 물론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닌 ‘티맵’ 가입자다. 내비게이션의 생명은 정확한 교통정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사용자가 전달하는 위치 정보가 많을수록 교통정보는 한층 더 정확해진다. 또 실시간 교통정보가 정교해질수록 또 다른 가입자를 유치하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티맵의 ‘플랫폼화’를 통한 미래사업 역량 강화다. 티맵을 단순한 내비게이션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이를 미래사업의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정호 사장은 올해 초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 자율주행차 사업을 언급하며 “전방에 안 보이는 부분까지 무선으로 감지할 수 있다면, 자율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티맵의 정확도를 10배 이상 올리는 고도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티맵의 플랫폼화를 위한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차와 재규어, 랜드로버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미러링 기반 내비 솔루션 ‘티맵 포 카’를 선보이기도 했다(일부 출고 차량 한정). ‘티맵 택시’, ‘티맵 대중교통’ 등의 출시도 티맵 플랫폼 진화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사업에서 티맵은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는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방대한 사용자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티맵의 무료 공개는 반드시 필요했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개방과 협업으로 생태계 조성 박차
‘개방’이라는 전략적 키워드는 비단 모바일 서비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신성장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개방의 물결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사물인터넷 분야가 광범위한 오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다. 자체 개발한 개방형 스마트홈 플랫폼을 바탕으로 스마트홈 서비스 상용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SK텔레콤의 스마트홈 플랫폼이 지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오픈 플랫폼’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연동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과 지난해 상용화에 들어간 국내 최초의 사물인터넷 전용망 ‘로라(LoRa)’ 네트워크가 SK텔레콤 ‘스마트홈 생태계’의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건설, 가전, 보안 등 분야의 60여 개 대표 기업들과 활발한 협업을 이어가며 더 단단한 스마트폰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돼 돌풍을 일으킨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도 개방 전략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낸 대표적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스피커형 디바이스인 누구는 초도 생산물량 2,000대가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서 SK텔레콤이 누구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개발 도구(API)의 외부 공개를 선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는 외부 개발자와도 자유롭게 협력해 누구 기반의 확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누구는 완성형 기기가 아니다. 성장형 인공지능, 이른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탑재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쌓일수록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와 서비스를 축적하는 건 누구의 고도화를 앞당기는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ICT업계에게 개방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구글은 폐쇄적인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공개하기도 했다.
구글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도록 개방형 전략을 펼친 뒤, 완성된 생태계를 주도하는 사업자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이 전략은 결론적으로 대성공을 거뒀고, ICT 업계에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SK텔레콤 역시 ‘뉴 ICT’라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조성하면서 그 중심에서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쌓아올린 견고한 장벽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SK텔레콤의 개방 전략은 과연 성공을 거둘수 있을까? SK텔레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