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미 정부가 국가지도자에게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장기집권을 노리는 마두로 대통령이 국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권 장악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미 재무부가 7월31일(현지시간) 마두로 대통령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인·기업과의 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제재안 발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마두로 대통령이 전날 강행한 제헌의회 선거가 “절대권력을 위한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상징한다”고 비판했다. 회견에 함께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누구든 이 불법기관(제헌의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절차와 기구를 손상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신은 일각에서 예상했던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는 일단 유보됐지만 후속 제재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가지도자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국가지도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등 3명이었다. 통신은 지난 2011년 미국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직접 제재한 후 유럽연합(EU) 등의 동참을 이끌어냈다면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제재 조치도 국제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 후 헌법 개정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마두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EU·캐나다 등 서방국들 외에 아르헨티나·콜롬비아·멕시코·파나마 등이 제헌의회 선거 강행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