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포스코-현대重 '지분 밀월' 끝...기술동맹으로 '新 밀월'

조선 경기 침체 이어지면서

단순 지분 스와프 협력 대신

선박 건조기술 공동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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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불어닥친 조선 경기 침체와 철강 공급 과잉으로 전통적 우호 관계였던 조선·철강 두 업계 간 ‘지분 밀월’ 관계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서로가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며 ‘백기사’ 역할을 했던 데서 이제는 각기 제 살길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단순히 지분을 스와프해 보유하는 방식 대신 공동으로 선박 건조에 쓰일 강종(鋼種) 개발에 나서는 등 협력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포스코는 지난 2007년 상호 지분 보유 협정을 맺은 이래 10년간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글로벌 철강사들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돼 있던 포스코가 주 거래 측에 지분 보유를 요청하며 ‘백기사’가 돼달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도크(선박 건조대)가 모자라 배를 못 짓는다’고 할 정도로 최고 호황기를 구가하던 때다.


당시 국내 유일 후판(선박에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 철판) 공급처인 포스코가 적대적 M&A에 노출되자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포스코 지분을 사들였고 포스코는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고로를 보유한 후판 공급사인 포스코가 해외에 넘어가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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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0년대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조선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현대중공업그룹은 포스코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현대미포조선(2014년 11월)과 현대삼호중공업(2015년 9월)이 각각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와 130만8,000주를 매각해 5,000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지분 1.9% 전량을 1,900억원에 매각했다. 10년 만에 양사의 상호 지분 협정이 끝난 것이다.

‘지분 스와프’라는 물리적 형태의 협력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익 창출을 위해 다른 방법으로 두 업계는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망간강 적용이다. 포스코는 현대미포조선에 벌크선을 발주한 해운 선사에 액화천연가스(LNG) 연료탱크 소재로 극저온용 고망간강을 적용해보자고 제안했고 이를 발주처와 조선소인 현대미포조선이 수용하면서 세계 최초 고망간강을 LNG연료탱크 소재로 한 선박이 현재 건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포스코와 함께 2015년 고망간강 개발에 성공, 실물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다. 향후 친환경 선박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과 철강사의 모범 협업 사례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과 철강 모두 대내외적인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미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게 유리하다”면서 “유관 산업 간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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