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8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거리를 걷던 60대 여성이 갑자기 2m 아래로 추락했다. 여성은 스마트폰을 보느라 열려 있던 지하실 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아래로 고꾸라졌다. 사고 직후 구조대원이 출동해 구조한 덕에 여성은 다행히 목숨을 구했지만 중상을 입었다. 한 달 후인 지난달 6일 오후9시께 중국 장쑤성 쑤첸시에서 10대 소년이 스마트폰을 보며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자꾸 호수 쪽으로 향하던 소년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라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해 소년은 익사하고 말았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보행자를 일컫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국적과 연령 불문이다. 전 세계에서 스몸비 관련 사고가 최근 5년간 3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2000~2011년 사이 보행 중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를 사용하다가 다친 사람이 1만1,000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 교통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것이 보험 업계의 추산이다.
이렇게 위험수위에 달한 스몸비 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 나라마다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영국 런던은 가로등 기둥을 패딩으로 감싸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하는가 하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시는 철길 인근 땅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는 대학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횡단보도 앞에 ‘스마트폰 보면 안 돼요’라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였다.
급기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시 의회가 최근 스몸비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이다. 이 법은 10월25일부터 발효되는데 벌금은 적발 횟수 등에 따라 15~130달러. 미국 도시 가운데 법안까지 만들어 스몸비 단속에 나서기는 호놀룰루가 처음이다. 우리 행정안전부도 다음달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보행안전 종합대책을 낸다고 하니 스몸비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물론 ‘징벌’과 ‘계도’도 필요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것은 보행 중에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시민의식이 아닐까 싶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