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던 현대자동차의 추락이 5개월 만에 가까스로 멈췄다. 3월 이후 매달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가 지난달에 20%대로 감소폭이 축소된 것. 하지만 이번 실적이 사드 터널을 빠져나오는 추세적 전환인지, 마케팅 강화에 따른 일시적 반등인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최근 사드 추가 배치 결정으로 반한 정서가 더 나빠질 수도 있어 본격 반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1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5만3,000여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만16대)에 비해 24.3% 줄어든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판매량이 줄었지만 감소폭이 3~6월에 비해 큰 폭으로 축소된 부분이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3월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3% 급감한 데 이어 4월(-63.6%), 5월(-65.0%), 6월(-63.9%) 등 4개월 연속 반토막 넘게 곤두박질쳤다. 기아자동차의 중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1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9%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월(-24.1%), 3월(-68.0%), 4월(-68.0%), 5월(-65.3%), 6월(-57.8%) 등 올 상반기 판매량(12만9,670대)이 전년 대비 54.6%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기아차의 중국 판매 순위는 지난해 상반기 15위에서 올해 25위까지 밀려났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판매량 감소폭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추락이 5개월 만에 멈춘 것은 우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과 함께 ‘위에나(베르나)’와 ‘올 뉴 위에둥(셀레스타)’ 등 신차 판매에 탄력이 붙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창저우공장의 첫번째 생산모델인 소형차 위에나는 상반기에 3만3,941대가 팔려 베스트셀링카 100위 내에 들었고 ‘쏘나타’와 ‘아반떼’의 중간 차급인 올 뉴 위에둥도 1만8,518대가 팔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중국민의 반한 감정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토 분쟁을 벌일 당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같은 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크게 감소했으나 이듬해부터 회복세로 돌아선 바 있다. 도요타의 경우 2012년 중국 판매가 전년 대비 7.3% 줄었으나 2013년에는 15% 늘었고 2015~2016년 연속으로 100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다만 최근 문재인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로 반한 정서가 악화될 경우 회복 불씨가 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리와 바오준·하발·GAC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시장 환경이 중·일 간 영토분쟁이 벌어졌던 2012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면서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 감소가 현대·기아차의 중국 전략을 다시 짜고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