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관병 팔에 호출팔찌까지…"벨 누르면 달려와라"

31일 제보 이어 2일에도 제보 속출

"팔찌 차고 다니라, 모과 100개 썰라"

軍 감사 착수, 사령관은 전역지원 제출





△25일 군인권센터 임태훈소장이 현역 군인들의 인권 실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신다은기자△25일 군인권센터 임태훈소장이 현역 군인들의 인권 실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신다은기자


공관병 소속 병사들에게 과도하게 사적 업무를 시키고 폭언을 일삼아 ‘갑(甲)’질 논란에 휩싸인 육군제2작전사령부 박찬주 사령관 박(대장, 육사 37기)의 가족에 대해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31일 제보에 이어 2일에도 박 사령관과 가족에 대한 추가 제보가 속속 들어왔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120평의 공관을 관리하며 박 사령관과 가족을 보필하는 공관병·조리병·보좌관들은 지난해 3월부터 1년여 기간 동안 빨래, 다림질, 텃밭 가꾸기, 골프장 관리, 화장실 청소 등 사적 업무를 전담했다. 사령관의 아내는 안방 블라인드를 치거나 거실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잡무까지 공관병에게 시켰고, 만족스럽게 해 내지 못하면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냐”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일삼았다. 모과 100개를 썰어 모과청을 만들거나 비를 맞으며 감을 따는 날도 있었고, 공관병 1명은 팔에 항상 호출장비를 차고 있다가 사령관 부부가 호출벨을 누르면 허드렛일을 하러 달려갔다. 그렇게 일해도 사령관의 아내는 기분에 따라 과일 등을 공관병에게 집어던지거나 칼을 허공에 휘두르곤 했다. 박 사령관이 공관 내 개인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 병사들은 마당에서 골프공 줍는 일을 했다.


또한 이들은 업무량이 과도하고 지시가 갑작스러워 만성적 과로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이들은 휴식시간이나 자율활동시간이 배정된 장병 표준일과와 달리 사령관의 개인 일과시간인 새벽 6시부터 22시까지 항시 대기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좀처럼 가족들에게 전화하러 갈 짬이 나지 않았고, 밤늦게 귀가하는 사령관 첫째 아들에게 간식을 준비해 주기 위해 자정까지 남는 일도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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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관병들이 외부와 차단돼 있어 이 같은 인권침해행위를 제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공관병들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관 내부에 전화가 없어 본부대대까지 20~30분은 걸어가야 했고, 사령관의 부인은 면회와 외박, 외출까지 통제해 거의 외부로 나가기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사령관은 이들이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쓰지 못하도록 해 인터넷 사용도 금지했다.

이 같은 갑질 의혹에 휩싸인 박 사령관은 1일 육군 본부에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다. 국방부는 “지원서 제출과 상관없이 감사를 계속 할 것이며 공관병 운용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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