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휴]현무암 협곡, 에메랄드 빛 연못…비둘기낭 폭포, 서늘한 아름다움

■고속도로 개통으로 가까워진 포천

1시간 남짓 도착 비둘기낭 폭포

주상절리 둘러싸인 풍경에 탄성

해식동굴 등 지질 박물관 연상

'산속의 우물' 시원한 산정호수

인공·자연이 만든 천주호도 장관

한탄강 팔경 중 제6경인 비둘기낭 폭포에서는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 판상절리, 해식동굴 등 화산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지질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이 곳 주변은 지질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한탄강 팔경 중 제6경인 비둘기낭 폭포에서는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 판상절리, 해식동굴 등 화산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지질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이 곳 주변은 지질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행은 타이밍이다. 특히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여행지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한 휴양지를 방문했을 때 엄청난 폭우로 바다와 주변 환경이 온통 잿빛이 돼 실망했던 일 역시 타이밍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천 여행은 여러모로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최근 뚫린 포천~구리 고속도로를 이용해 찾은 비둘기낭 폭포. 경기도 구리에서 70㎞가 조금 넘는 거리지만 좁은 국도를 이용하면 2시간 가까이 걸린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할 수 있게 됐다.


하나, 둘, 셋…백 다섯. 105개 나무 계단을 내려가자 폭포수가 고인 비취색 소와 폭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주상절리 절벽으로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와~”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풍경을 수 분 이상 넋 놓고 바라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30m 높이 수직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주변 풍경을 원 없이 감상한 후 계단을 올라가서야 눈에 담은 풍경이 쉽게 연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옥분 해설사는 “방문하셨다 비둘기낭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시는 분이 많다”며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적색 흙탕물이 되고, 비가 너무 없으면 인공으로 물을 흘려보내 오늘 같은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보기 힘든 광경을 첫 방문에 봤다는 안도감이 뒤늦게 찾아오자 비둘기낭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둘기낭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는 않다. 비둘기들이 폭포 협곡의 하식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비둘기낭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치가 좋아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받으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이곳은 주변 군부대 고위 간부들만이 아는 은밀한 휴양지였다. 이제는 평일에만 6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포천의 관광 명소가 됐다.


사실 비둘기낭 폭포는 미적 가치만 존재하는 관광지는 아니다. 비둘기낭 폭포는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과 동일하게 한탄강 용암 대지가 불무산에서 발원한 불무천에 의해 개석되면서 형성된 폭포다. 탄생 배경으로 한탄강 팔경 중 제6경인 비둘기낭 폭포 주변에서는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 판상절리, 해식동굴 등 화산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지질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지질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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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아트밸리에 있는 천주호. 화강암을 채석해 파들어 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우수가 유입돼 형성된 천주호수에 가라 앉은 화강토가 반사돼 에메랄드 빛 호수가 됐다.포천아트밸리에 있는 천주호. 화강암을 채석해 파들어 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우수가 유입돼 형성된 천주호수에 가라 앉은 화강토가 반사돼 에메랄드 빛 호수가 됐다.


포천은 서울 근교 중에서도 갈 만한 관광지가 풍부한 여행지다. 비둘기낭 폭포에서 15㎞만 차로 이동하면 포천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산정호수에 다다른다.

산중에 묻혀 있는 우물 같은 호수라는 뜻으로 산정(山井)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산정호수는 영북농지개량조합(永北農地改良組合)의 관개용 저수지로서 지난 1925년에 축조됐다. “백두산에는 천지, 한라산에는 백록담, 포천에는 산정호수가 있다”고 말하는 최명호 해설사의 말처럼 산정호수는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방문했을 당시 지속된 폭우로 호수의 물이 맑지는 않았지만 병풍 역할을 하고 있는 명성산에 둘러싸인 호수의 모습은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산정호수 상동주차장 인근에서 명성산 정상을 왕복하는 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고 하니 조만간 산과 호수를 동시에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동선을 고려해 포천의 안쪽에서부터 훑으며 여행을 시작한 만큼 포천 초입에 위치한 여행지로 차를 돌렸다. 여러 관광지가 있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포천아트밸리였다. 자연환경이 파괴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폐채석장을 포천시가 국내 최초로 문화와 예술로 치유하고 환경을 복원해 2009년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폐채석장이었던 만큼 가파른 언덕길 주변으로 볼거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걸어 올라가는 길이 힘들지만 47인승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어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이곳이 폐채석장이었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호수 하나를 만날 수 있다. 화강암을 채석해 파들어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우수가 유입돼 형성된 천주호다. 1급수인 호수의 최대 수심은 25m며 가재·도롱뇽·버들치가 살고 있다. 호수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돼 에메랄드 빛 호수가 됐다.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는 포천아트밸리는 천주호뿐 아니라 놀이와 체험이 있는 우주 천체과학 전시관 및 최첨단 4D영상관, 별자리 체험이 가능한 천체관측실 등과 주말공연·기획공연을 포함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글·사진(포천)=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포천아트밸리의 47인승 모노레일.포천아트밸리의 47인승 모노레일.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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