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차라리 로또를 사라

김광수 증권부 차장





“증권부라며? 뭐 사면 되냐?”

“내가 그걸 알면 이러고 있겠냐? 그냥 삼성전자(005930) 사.”


“너무 비싸. 그런 거 말고 코스닥 뭐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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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관련 취재를 맡은 후 지인들과 종종 나누는 대화 패턴이다. 주식 시장이 좋다니까 평소 주식에 관심 없던 사람까지 주식 투자를 해보겠다고 기웃거린다.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 얻은 ‘좋은 정보’를 알려달라는 거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정보란 한마디로 투자해서 원금의 몇 배는 수익이 날 종목이다. 수익률 10~20%는 주식으로 재미를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투자보다는 투기로 흐르게 된다. ‘대박’만을 노리니 제대로 된 주식 투자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삼성전자를 아무리 권해도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는 잘 사지 않는다. 비싸다는 게 이유다. 그들의 말도 이해가 된다. 동네 슈퍼에서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사 먹는 것과 수백만원 하는 명품백을 사는 게 다르듯이 하나를 사더라도 훨씬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총 투자 금액이 얼마나 되느냐다. 가령 1,000만원을 투자한다고 치자. 2일 기준 24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은 4주밖에 살 수 없다. 개인들이 좋아하는 코스닥 종목 중에 5,000원짜리 주식이라면 수수료가 없다는 가정하에 2,000주를 소유할 수 있다. 주식의 수는 4주와 2,000주로 큰 차이가 나지만 겉으로 보이는 차이일 뿐이다. 똑같이 10%가 올랐다고 가정할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할 때 차이가 없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아니라 몇 백, 몇 천 박스를 산 가격과 명품백의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이런 단순한 논리를 모르는 게 아니지만 여전히 대다수 개미들은 한탕을 노리고 주식 투자에 접근한다.

최근 ‘묻지마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주식토론방에서 고급 정보를 주겠다고 투자자를 현혹하며 전화번호를 수집한 뒤 특정 종목의 매수를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다수는 무시하지만 이런 종목에도 수백, 수천만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당했는데도 주식 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이번에는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위험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개미들이 여전히 많다. 개인들이 투자한 종목만 유독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기사는 이제 식상하다. 이런 식으로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만약 이 글을 보고 뜨끔하다면 지금 당장 주식 투자를 멈춰라. 그들에게는 차라리 로또를 사라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영문도 모르고 사서 대박을 노리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

bright@sedaily.com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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