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고용승계에 촉각...달라진 M&A 성공 조건

SK證 인수전서 가격 낮게 제시한

케이프證 '고용승계' 앞세워 승기

노조와 마찰·사회적 비판 커지며

고용보장이 핵심 변수로 떠올라

0315A23 최근 고용보장 조건 주요 M&A사례




인수합병(M&A)시장이 가격뿐만 아니라 고용보장 조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매각 측과 인수자 간 고용승계 합의가 형식적인 데 그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매각 측이 고용승계 조건을 매각의 우선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일자리’가 강조되며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 측과의 마찰도 부담스럽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에 M&A 거래 경험이 쌓이면서 고용을 보장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하는 사회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학습효과가 고용보장을 필수요건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2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회생법원 출범 이후 21건의 M&A 사례 가운데 상당수가 고용보장을 고려해 지분 매각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권창환 회생법원 공보판사는 “회생법원은 기업회생에 전문성과 책임감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세심한 배려의 자세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기업의 M&A뿐만 아니라 시장 M&A에서도 고용보장은 M&A의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SK증권(001510) 매각의 경우도 케이프투자증권이 사모투자펀드(PEF)인 큐캐피탈(016600)파트너스에 비해 낮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비가격요소인 고용승계 등의 요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승기를 잡았다. 지난해 SK네트웍스에 인수된 동양매직(현 SK매직)의 경우도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 임직원의 고용까지 전부 떠안겠다는 조건을 입찰제안서에 담아 매각 측의 신뢰를 높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매각 측 관계자는 “인수 경쟁사가 1,000억원을 더 써냈어도 정성평가에서 SK네트웍스를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고용보장과 함께 M&A 이후 회사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수자에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합병 이후 전체적인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고용보장이 아닌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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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M&A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수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의 화학계열사와 사업부문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롯데케미칼(011170)에 대해 삼성정밀화학 노조의 협력 선언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이 삼성SDI(006400)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약속하면서 협력의 물꼬가 트였고 노조도 매각 반대를 끝까지 고집하기보다 회사 수익성 향상과 고용보장을 확답받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006800)) 매각이 진행된 2015년에는 대우증권 노조가 당시 인수후보였던 한국금융지주(071050)와 미래에셋증권에 반대성명을 냈다. 사실상 고용승계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또 다른 인수후보자였던 KB금융(105560)지주를 지지한 것과 다름없었다. 이번 SK증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에도 SK증권 노조는 PEF 특성상 재매각 가능성이 높은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집중적으로 반대했다.

김영진 M&A연구소 소장은 “M&A가 본격화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면서 노조는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을 선택해 고용을 보장받겠다는 학습효과가 생겼다”며 “사측도 인력감축에 따른 노사 간 대립으로 인한 비용과 사회적 비판 대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비해 고용비용을 감수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학습효과가 쌓였다”고 평가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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