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 회사채 투자자들이 출자전환 규모를 놓고 고민이 깊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자전환을 결의했던 지난 4월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출자전환 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슬그머니 나온다. 하지만 출자전환 가격이 부담스럽다. 1주당 4만350원으로 높지만 실제 거래 시초가는 1만6,0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회사채와 기업어음 채권자를 대상으로 출자전환 신청을 받는다. 싸게는 8,000원에서 비싸게는 1만5,000원에 사들인 회사채를 주당 4만350원으로 비싸게 되사는 거래다.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분식회계로 거래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적정 시장가격을 알 수도 없는 상황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실적회복 기대감에 100% 출자전환을 신청하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회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이 낮아지므로 투자자에게 출자전환 비중을 높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분식회계로 추락했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망이 일부지만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업 전체가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4분기 영업이익이 2,232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1조5,30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7,000억~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5년 만에 최대실적을 이룰 것이라는 장밋빛 예상도 나온다. 출자전환을 100% 신청한 한 회사채 투자자는 “조선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면 국내 조선사 중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만한 투자종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자전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업황 회복세보다 높은 주식 가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거래정지 전 가격에서 10% 할인한 4만350원을 출자전환 가격으로 정했는데 거래가 재개되면 첫 거래일 오전8시~9시 사이 동시호가로 결정된 가격에 따라 실제 거래가 시작된다. 이 경우 최하 1만6,000~9만원대에서 호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초가가 3만원대를 유지한다면 출자전환을 100% 하는 게 낫지만 그 밑으로 떨어진다면 절반이라도 회사채를 들고 있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이 중론이다. 회사채는 원금을 보장하고 적게나마 1%의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거래 첫날 한꺼번에 매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기왕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계속 들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엇갈린다. 일부 투자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불신으로 출자전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운운하며 반강제로 출자전환을 강요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은 투자자를 희생해 얻은 대가라는 면에서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출자전환을 하지 않은 회사채 투자자에게 출자전환 기회를 한 번 더 줄 가능성이 높지만 그전까지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