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CEO의 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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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재벌인 테드 터너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 사업가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망해가던 아버지 광고회사를 물려받아 곧바로 정상화시켰다. 이후 사업확장의 일환으로 애틀랜타 지방방송국을 인수한 터너는 1980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뉴스채널 CNN을 설립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렇게 번 돈으로 8,000㎢의 땅을 사들여 미국 땅부자 2위에 올랐다. 1991년에는 미모의 영화배우 제인 폰다와 결혼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그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조울증이다. 그는 몇 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조울증은 우울하거나 들뜬 기분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말한다. 그런데 조울증을 앓으면서도 정상인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 지도자들이 의외로 많다. 인도의 독립운동가인 마하트마 간디,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등. 여기에는 테드 터너 외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넷스케이프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 짐 클라크, 영국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등 세계적인 기업가들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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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와 항공우주 업체 스페이스X를 이끄는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도 1일 자신의 비정상적인 감정상태에 대해 털어놓았다.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한 트위터 이용자가 “머스크의 삶이 멋져 보인다”는 글을 올리자 머스크는 “실상은 엄청난 도취감과 끔찍한 비참함의 연속”이라고 밝혔다. 조울증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우울함을 어떻게 다스리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저 고통을 감내하면서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대단한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침도 겪었다. 2008년에는 테슬라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우주탐사 로켓이 발사 중 폭발하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전쟁터나 다름없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숱한 좌절감과 이에 따른 우울감을 극복하고 보통사람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사업을 성공시켰으니 이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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