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서울 곳곳에 설치된 그늘막이 각 자치구별로 천차만별이라 시민들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자치구가 개별적으로 그늘막을 설치하다 보니 구별 재정상황에 따라 성능과 가격에 큰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늘막을 보면 동네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3일 서울시 자치구에 따르면 이른바 ‘부자 자치구’는 한 개당 약 200만원짜리 고급 그늘막을 설치한 반면 예산이 부족한 구들은 40만~70만원을 들여 그늘막을 설치했다. 그마저도 부담이 되는 일부 자치구는 기존에 쓰던 천막을 재활용했다.
재정 자립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예산이 풍부한 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고급 그늘막을 설치했다. 서초구는 개당 평균 200만원가량의 예산을 들였다. 해변의 파라솔을 연상시키는 듯한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고 있으며 성능도 뛰어나다. 서초구에 따르면 클라루메시원단 소재로 자외선을 90% 이상 차단하고 생활방수도 80% 이상 가능하다. 또 땅에 반고정식으로 설치돼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이 풍부하지 않은 자치구들은 저렴한 그늘막을 설치했다. 간이식 프레임을 설치한 뒤 방수 천막 원단을 덮어씌우고 모래주머니로 고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동작구는 개당 75만원짜리 몽골텐트를 구입해 설치했고 구로구는 개당 40만원을 들여 천막형 텐트를 배치했다. 그늘막 설치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자치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마포구나 노원구 등은 주민센터 등에서 쓰던 천막을 가져다 재활용하고 있다.
시민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김모(33)씨는 “강남 서초구는 그늘막도 남다르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한다”며 “동작구와 서초구는 길 하나 차이인데 웬만하면 형태를 통일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마련해 디자인을 통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그늘막 관리 기준 마련에 나섰다. 시는 현재 그늘막을 도로법상의 ‘도로 부속시설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며 각 구에 그늘막 설치·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 보도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그늘막 설치방법·위치·관리방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사양과 기준은 국토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용·신다은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