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막바지 다다른 이재용 재판] 경영과 지배 관계질문에..."지분율 몇 퍼센트 중요치 않다"

■ 법정 진술서 보여진 이재용 부회장 경영관

직원 신바람나게 하는게 경영권

창업세대와 주어진 환경 다르다

삼성전자외 계열사도 공부 노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와병 이후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했지만 자신의 경영 철학이나 비전을 대외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삼성 내부 행사에서조차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내비칠 기회를 만들지 않았다. 비록 와병 중이기는 하나 부친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아들인 자신이 나서서 경영 상황이나 가치관을 밝히는 게 이 회장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이 부회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게 삼성 안팎의 설명이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가 진행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뇌물 공여 혐의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이 부회장은 비교적 상세히 자신의 경영관을 얘기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일하는 삼성 고위 관계자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 철학에 대해 간간이 소개한 적은 있어도 이 부회장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한 것은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틀간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경영과 지배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지분율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분율 몇 퍼센트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회사 규모가 작고 사회적으로 관심도 작은 조그마한 중소기업 같으면 창업 2·3세의 지분율이 중요하겠지만 삼성전자의 규모가 되고 삼성생명 같은 공적 요소가 큰 금융기관 같으면”이라고 부연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기업 경영환경이 과거 창업 세대와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창업주나 이건희 회장 같은 거의 회사를 재창업하신 분들과 저는 (주어진 상황이)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창업 세대와는 다른 사회적 요구 사항이 있어 주위 여러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과의 관계 설정을 더 지혜롭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둘러 말하기는 했지만 기업을 향한 다양한 사회적 시선과 요구 사항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고 느낀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부회장은 이런 부분이 “오늘 제가 여기 나와 있는 것도 그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삼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위기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승마단 지원과 같은 회사 밖 요구에 대해 삼성이 ‘지혜롭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는 것이다. 삼성이 왜 지금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 부회장의 솔직한 생각인 셈이다.

관련기사



이 부회장은 진정한 리더의 모습에 대해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소신을 밝혔다. “회사의 리더가 되려면 사업을 이해하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좋은 사람이 오게 만들고 경쟁에서 이기게끔 해야 한다”면서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 경영권이라면 경영권”이라고 진술했다. “삼성전자같이 큰 회사에서 지분 몇 프로 더 가진다는 거, 삼성생명 지분율이 몇 프로 된다는 건 의미가 없다” “숫자로 지배력을 말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 와병 이후 그룹 내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고민한 흔적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 와병 이후에도) 삼성전자 일을 계속 해왔지만 다른 계열사에 대한 업무 관심이나 책임감이 늘었다”면서 “삼성전자 외 계열사도 조금씩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