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한국형 로봇세 첫발 뗐다...생산성 향상시설 세액공제 축소

대기업 3%→1%, 중견 5%→3%

직접 부과는 아니지만 혜택 축소

중소기업은 7%까지 稅감면 유지

해외도 도입 놓고 찬반논의 활발

0415A08 생산성 향상시설 수정1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면서 한국형 로봇세 도입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자동화 시설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는 것으로 초기 단계의 한국형 로봇세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계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3~7%를 기업이 내야 할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은 투자액의 3%, 중견기업은 5%, 중소기업은 7%까지 세금을 감면해준다. 가령 첨단 기계 100억원어치를 구매한 대기업은 내야 할 법인세에서 3억원을 깎아줬다. 이로 인해 전체 기업이 받는 세금 혜택은 연간 2,966억원이었다.

제도는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오는 2019년 말까지 연장하되 대기업은 1%, 중견기업은 3%로 혜택 규모를 각각 2%포인트씩 깎고 중소기업은 7%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바뀔 수 있지만 정부 안대로 축소되면 첨단 기계 도입에 따른 세제혜택을 줄이게 된다.


전통적 의미의 로봇세는 로봇 등 첨단시설을 도입하면 이에 비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로봇 도입으로 막대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복지 비용은 늘어나는 데다 근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물리자는 취지다. 한국이 세금을 직접 물리는 것은 아니어서 온전한 형태의 로봇세는 아니지만 그동안 있었던 세제 혜택을 줄인다는 점에서 초기 단계의 로봇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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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외국에서 로봇세를 도입한 나라는 아직 없다. 다만 지난 프랑스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이 보편적 기본소득 실시를 주장하며 로봇세 신설을 공약으로 채택한 바 있다. 유럽의회는 로봇세 도입을 반대하는 결의를 했지만 인공지능 로봇을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 제정 결의안은 통과해 도입의 기반은 닦아놓은 상태다.

대신 논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적극적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로봇세 도입에 찬성하는 쪽이다. 그는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사람이 일을 하면 그 수입에 세금을 부과해 돈이 정부로 유입되지만 로봇은 일을 해도 세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며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 부족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로봇세 도입으로 공정 자동화의 확산을 늦추면서 사회가 로봇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폭풍에 적응·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은 로봇으로 71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해 결국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전망한 바 있다. 딜로이트 역시 2014년 말 낸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간 영국 내 직업 중 35%가 증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 동안 영국에서는 애플의 시리(Siri) 같은 스마트폰 비서와 인터넷 가상 비서 서비스로 비서 일자리가 16만3,000개나 줄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로봇의 등장으로 인한 실직 등의 비용을 세금을 걷어 충당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국제로봇연맹이 가장 적극적인데 이들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로봇 산업 발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로봇세를 도입한 나라는 국제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므로 로봇세를 실제 도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제임스 베슨 미 보스턴대 교수도 최근 ‘포춘’ 기고문에서 “로봇세를 도입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이태규·김영필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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