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은 지극히 단조로운 날의 반복이었다.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습,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습,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습….”
지난 2016년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의 ‘오네긴’ 무대를 끝으로 은퇴한 강수진이 발레리나로서 치열했던 삶을 에세이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를 통해 회고했다.
그는 주역 무용수를 두고 불꽃 튀는 경쟁을 했음에도 “질투가 힘이 된 적은 없다”며 언제나 경쟁자는 자신이었다고 강조했다. “나의 경쟁자는 언제나 어제의 강수진이었다. 연습실에 들어서며 나는 어제 강수진이 연습한 것보다 강도 높은 연습을 1분이라도 더 하기로 마음 먹는다. 무대에 오르며 어제 강수진이 보여준 공연보다 더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줄 것을 다짐한다(143쪽).”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스위스 로잔 콩쿠르 우승,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상 수상,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독일 ‘캄머탠저린(궁정무용가)’ 선정 등 강수진을 수식하는 화려한 이력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또 축구선수 박지성과 함께 강수진의 못생긴 발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참으로 못생긴 그의 발은 그가 발레를 위해 쏟은 모든 정성과 노력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강수진의 상징이기도 하다.
강수진은 한국무용을 배우다가 남들보다 늦은 중학생 시절 발레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부터 말도 안 통하고 속만 울렁거리게 하는 치즈로 고통스러웠던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유학 시절,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최연소로 입단했지만 7년 동안 이어진 군무 무용수 시절, 정강이뼈 부상으로 발레는커녕 걸을 수도 없던 절망적인 시간, 2014년 국립발레단 단장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편의점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만 먹으며 고군분투했던 이야기까지 그의 발레 인생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우리는 언제나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프다고 주저앉으면 그 무대는, 그 인생은 거기서 끝난다. 수없이 일어섰기에 사람들이 ‘강수진’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듯이 당신도 세상이 모두 아는 당신만의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다(180쪽).”
강수진은 그가 이 모든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하나하나의 사건에 일희일비하며 조급해하기보다는 ‘오늘 하루’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 느낌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하루를 100%로 사는 것은 99%의 잔에 1.1%를 더 채워 그 잔을 넘쳐흐르게 하는 것과 같다. 부족함 없이 꽉 채우고 조금이라도 넘치는 하루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충만한 기쁨이 있다(96쪽).”
이외에도 강수진은 발레단의 바람둥이 선배였던 남편 툰치 소크만과의 러브 스토리, 남편과 사랑을 지켜나가는 여섯 가지 비결, 자기 관리와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식사법, 슬럼프를 극복하는 법 등도 상당히 솔직하게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