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팀 24/7]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강남, 치안 만족도는 왜 꼴찌지?

서울 자치구 경찰서별 치안 만족도 보니

강북 도봉·혜화 최상위권

실제 치안 성과와 달리

강남·서초·수서 하위권

"소득·지위 올라갈수록

치안 눈높이 높아" 분석

부촌·판자촌 섞여있어

양극화 긴장감 더 크고

범죄율 높은 것도 원인



젊은이들이 넘치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역, 명품 가게가 즐비한 청담동, 수십억대 아파트들이 자리한 반포와 잠실, 사시사철 성황을 이루는 대치동 학원가. 한국의 문화와 교육·경제를 이끄는 서울 강남권은 누구나 한 번쯤 살고 싶어하는 ‘꿈의 동네’다. 화려하고 강렬한 매력을 뿜어내는 강남은 지난 40년간 부와 권력의 상징이자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강남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안전하다는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강남권에 자리한 경찰서 3곳(강남서·수서서·서초서)은 부끄러운 이면을 갖고 있다. 바로 주민들이 느끼는 치안만족도가 서울시내 경찰서 31곳 가운데 가장 낮다는 점이다. 부유층과 연예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이른바 ‘상류층’이 주로 사는 지역인데도 주민들이 느끼는 안전도는 서울에서 최악으로 나타난 것이다.

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시 경찰서 31곳이 맡고 있는 지역주민 3,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치안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강남권 경찰서인 수서서(29위), 강남서(30위), 서초서(31위)가 나란히 최하위를 차지했다. 반면 도봉서(1위), 혜화서(2위), 종암서(3위)는 최상위권을 휩쓸었을 뿐 아니라 성동서·서부서·중부서·동대문서 등 강북권 경찰서들이 4~7위를 모두 차지했다.


강남권 경찰서의 치안서비스가 강북권에 비해 지역주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강남서는 지난 2013년 하반기와 2014년 상반기 치안 만족도 평가에서도 연달아 최하위 성적표를 받아 최근 수년간 ‘단골 꼴찌’였다.

관련기사



◇부자·권력가일수록 치안 눈높이 높아=전문가들은 강남권 경찰서의 치안 만족도 순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로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주민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상류층에 속해 있을수록 치안 수준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을 뿐 아니라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에 대한 민원에 더 적극적이라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에 비해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민들이 많이 사는 강북권은 현재 치안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지만 강남권 주민은 더욱 개선되길 바라는 욕구가 크다”며 “사회적 기득권을 갖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안전이 유지되길 원하는데다 작은 사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강남권 주민들은 소득과 학력이 높기 때문에 치안에 대한 기대치도 상대적으로 높아 감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내 상대적 박탈감이 공포 극대화=강남 지역의 독특한 사회구조적 특성도 지역주민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강남에 살면 부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에 못지않게 저소득층도 밀집해 있다. 3월2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구룡마을을 비롯해 달터마을·수정마을·재건마을 등 무허가 판자촌들도 강남권에 대거 자리 잡고 있다. 같은 공간 안에 사회적 최고위층과 최하층이 뒤섞여 살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긴장감이 치안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다는 분석이다. 1992년 미국 LA 폭동 당시 한인들이 흑인들의 타깃이 됐던 이유 중 하나로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꼽힌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의 정도가 낮으면 치안에 대한 욕구도 함께 낮아진다”면서 “하지만 양극의 집단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 상대방을 향한 강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사회적 긴장감도 팽배해져 안전과 치안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강남역 등 유흥가 밀집해 범죄도 많아=강남권은 강남역 인근을 비롯해 청담동·가로수길·압구정동 등 유흥가가 밀집해 있다 보니 실제 범죄도 많다. 유흥가는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주민보다 뜨내기로 오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일종의 ‘일탈’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조사에서도 유흥가가 크지 않은 지역의 치안 만족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강남구에서 일어난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8,149건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8,000건을 넘으며 1위에 올랐다. 지난해 2,438건의 범죄가 발생한 도봉구와 비교하면 무려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범죄뿐 아니라 피해 정도도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하다.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자신과 무관한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을 비롯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유사수신범죄 등 대형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역주민의 치안 만족도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경찰이 방범·순찰을 강화해 시민의 눈에 자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두형·박우인·신다은기자 mcdjrp@sedaily.com

이두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