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대상포진 치료 '72시간 골든타임' 잊지 마세요

무더위 기승 8월에 발병 급증

40대 이상·여성환자 비율 높아

물집발생 3일내 항바이러스제 사용

만성 신경통으로 전이 막으려면

발병 후 4주간 집중치료 받아야

생활습관 개선해 면역력 강화

50세 이상, 백신 접종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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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생긴 대상포진. /사진제공=고대안산병원얼굴에 생긴 대상포진. /사진제공=고대안산병원



서울 성북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서은숙(58·가명)씨는 지난 1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왼쪽 가슴 부위에서 시작된 찌릿찌릿한 통증이 점차 심해진데다 통증 부위에 띠 모양으로 작은 물집(수포)까지 생겼다. 고통을 참을 수 없어 31일 새벽 찾은 병원 응급실에서 서씨는 대상포진(帶狀疱疹)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매일같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됐고 갑작스러운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통보 등으로 신경이 곤두섰던 게 주된 원인이었다. 가볍게 지나가는 근육통 정도로 생각하고 파스를 붙이고 버텼던 게 병을 키운 셈이 됐다.

서씨처럼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지난해 69만여명. 2012년 58만명보다 20%나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과 40~60대 연령층이 각각 42만여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의 61%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50대가 여성의 27%(11만5,082명), 남성의 23%(6만1,207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 이하 젊은 층도 10명 중 1명꼴로 적지 않았다.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험생과 직장인 환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진료 인원은 월간 기준 6만8,000~8만7,000명 수준인데 무더위와 열대야로 심신이 지치고 수면이 부족한 8월에 가장 많았다.

대상포진은 어려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돼 수두에 걸린 적이 있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받았던 사람에게 주로 발병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 항암치료·AIDS·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 등에게서 발생 위험이 높다.

박기덕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연세가 좀 드셨어도 건강해 보이고 웬만한 검사에서 별 이상이나 뚜렷한 병이 없는 분,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대상포진에 걸린 분들이 더 많다”고 말해 보이는 징후와 상관없이 병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대상포진의 발병 경로는 이렇다. 백신과 면역체계·항바이러스제의 위세에 눌려 신경절에 숨어 지내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 척추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신경의 한쪽을 타고 피부·장기 등으로 퍼져나간다. 대부분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띠 모양의 작은 종기→물집이 생기는 이유다.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손상을 입는 과정에서 통증 유발 물질들이 다량 분비되는데 물집이 생긴 부위가 넓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찌릿찌릿하거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짓누르거나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픈 과민반응 및 이상 감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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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이 생기기 전에는 근육통·몸살·허리디스크나 요로결석·담석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며칠을 허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박 교수는 “환자가 대상포진 특유의 통증을 정확하게 말해주면 수포가 생기기 전이라도 통증 관리, 경과 관찰을 통해 조기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며 “물집이 생긴 지 3일(72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며 1주일이 넘어가면 항바이러스제 등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가슴·얼굴·허리에 많이 생기지만 머리에서 발끝까지 신경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10~20%는 얼굴에 생기는데 몸통 쪽보다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눈·청(聽)·뇌신경을 침범하거나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면 각막·결막·망막·시신경염과 시력장애, 이명·난청이나 안면마비, 뇌신경마비·뇌수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지각신경을 침범하지만 전체 환자의 5% 미만에서 운동신경을 침범해 팔·다리를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집은 10∼14일에 걸쳐 고름이 차고 탁해지다 딱지가 생기면서 증상이 좋아진다.

통증이 시작된 후 4주가량 피부·신경 부위의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국소마취제 등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만성 통증 단계로 넘어가 길게는 몇 년 이상 고생할 수도 있다. 수면장애·우울증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이 목격된다. 적절한 치료를 하면 절반가량은 3개월, 10명 중 7명은 1년 안에 호전된다.

강연승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이 나타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통증 억제 효과가 좋지만 (수포가 생기기 전에 대상포진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4주의 골든타임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 만성 통증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50세 이상이면 대상포진 백신 주사를 맞는 게 좋다. 1회 접종으로 평균 51%(50대 70%·70대 41%)의 예방 및 통증 감소 효과가 있고 포진 후 신경통 발생을 39% 줄여준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생활·식습관으로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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