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메이지대 3학년생인 가사마 가호(21)씨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얼마 전 자신이 원하던 금융회사 두 곳에서 한꺼번에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취업이 잘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금융업을 고집하느라 다른 직종은 아예 지원하지도 않아 내심 불안하던 터였다. 이제 취업 부담 없이 남은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 그는 보다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꿈꿨던 금융권에 취업하게 돼 기쁘다”며 “이제 안정된 일자리를 잡았으니 서른이 되기 전에는 결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수십년 만의 ‘일자리 천국’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의 청년들은 이제 일에만 매몰하던 부모 세대나 구직·결혼을 포기하고 세상에 관심마저 잃은 선배 세대와 달리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중국 청년들은 창업에서 희망의 끈을 찾고 있다. 한국만큼이나 미래가 불안한 중국 청년들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실패마저도 높이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 때문이다. 한국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관련기사 4·5면
그렇다고 일본과 중국 청년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유례없는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 ‘취업 빙하기’ 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일본의 상당수 청년들은 경직된 고용문화로 인해 여전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와구치 다이지 도쿄대 교수는 “저출산이 지속되면 한국의 고용사정도 호전되겠지만 일본과 같은 경직된 고용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 취업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이 미래의 고용시장에서도 배제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도쿄=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