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무구정광경이 中 유물? 우리 것 증거 있다"

송일기 교수 11일 '불상안의 복장유물' 심포지엄서 中 주장 정면 반박

간행 기록 없다는 中 억지 주장

동북공정 이은 출판공정일 뿐

개운사 화엄경 4점 제작 시기

통일신라 추정...출판 공백 없어






“중국이 우리 국보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중국에서 왔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동북공정에 이은 출판공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서지학자인 송일기(사진)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중국이 무구정광경의 간행 기록인 간기(刊記)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 문서가 중국에서 제작된 뒤 신라로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데 정면으로 반박한다. 송 교수는 그 근거로 합천 해인사, 서울 개운사·수국사, 순천 송광사, 대구 보성선원, 대전 동학사 등지에서 1990년대 이후 잇따라 발견된 복장물(腹藏物·불상 안에 넣는 물품) 중 전적(典籍·책)을 꼽는다. 그는 오는 11∼12일 이화여대 강당에서 ‘불상 안의 복장유물’을 주제로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들 증거를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는 심포지엄에 앞서 공개한 발제문에서 “중국은 무구정광경 이후 300여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인쇄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구정광경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사리공에서 나온 불경이다. 제작 시기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학계에서는 대체로 8세기 전반에 간행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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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구정광경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달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지 않다. 직지심체요절에 뒤지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중국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복장물 전적 가운데는 국내에서 처음 발굴된 책이 다수 있다”며 “특히 개운사 불상에서 나온 화엄경 4점은 통일신라 시대인 9∼10세기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개운사 화엄경 4점은 2∼3세기 동안의 출판 공백을 메워주는 귀중한 사료이자 중국의 주장을 반박할 자료라는 것이다. 그는 “개운사 복장본 화엄경 20점 중 신라 하대에 제작됐을 가능성이 큰 서적 4점은 국보급이고 나머지 13점도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 같다”며 “이 책들은 모두 아미타불 1구에서 수습됐는데 또 다른 불상이 있다면 더 많은 전적이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전적은 상당수가 대웅전의 불상에서 수습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복장 전적이 사라지기 전에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박물관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송 교수 외에도 다양한 국내외 학자들이 발표한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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