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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①] ‘황금알’이 된 아이돌 프로그램, 지상파까지 가세

적어도 이쯤 되면 2017년 가요계와 방송가의 흐름은 아이돌로 시작해서 아이돌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사진=Ment사진=Ment


지난 6월 16일 종영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듀)’를 통해 그룹 워너원 뿐만 아니라 탈락한 연습생들까지 연이어 데뷔를 알리면서, 이들의 화제성을 둘러싼 방송가의 관심 역시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도 앞 다투어 ‘아이돌’이라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수 육성’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프로그램들이 등장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과거 2002년 방송된 ‘목표달성 토요일-악동클럽’이나 조권, 선예를 배출시킨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 등이 바로 이러한 포맷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당시의 프로그램들은 주로 선배 가수나 작곡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심사위원에 의해 최종 멤버로 선발되거나, 한 기획사의 소속 연습생으로 범위가 국한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체 역시 그들을 발굴하는 뮤지션에 더 집중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흐름을 뒤집어버린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Mnet에서 선보인 ‘슈퍼스타K’ 시리즈였다. 과거 MBC 김재철 사장이 “우리는 왜 슈퍼스타K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냐”고 직접적으로 프로그램을 거론할 만큼, ‘슈퍼스타K’의 화제성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흐름에 편승하며 부랴부랴 후속작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MBC ‘위대한 탄생’부터 KBS ‘탑 밴드’, SBS ‘K팝스타’ 등이 많은 후속작들 가운데 하나다.

그 가운데 Mnet이 지난 해 선보인 ‘프로듀스 101 시즌1’은 앞서 선보였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특징들을 하나로 버무려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아이돌 육성’이라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들의 선발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국민의 손에 맡긴다.

이미 별도의 소속사가 존재하는 연습생들을 한데 모아 경합을 펼치고,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의 투표에 의해 최종 선발된 11인이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신선한 설정은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했다. 기세를 몰아 Mnet은 시즌 1을 통해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약 10개월 간의 공식 활동이 모두 끝나자마자 시즌 2를 론칭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프로그램 성공의 척도인 높은 시청률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에 출연자들에게 쏟아지는 각종 방송, 광고계 러브콜도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연습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광고, 버스 랩핑 광고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거대 팬덤이 생겨났으며, 데뷔 이력이 있는 출연자들의 노래는 방송의 화제성과 맞물려 음원차트 역주행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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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MC엔터테인먼트/사진=YMC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성공과 함께 이들이 방송사에 가져다주는 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 방송사의 주 수익원인 광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듀’는 CJ 측이 각각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매니지먼트에도 개입하면서 이에 따른 부가 수익을 창출했다.

실제로 아이오아이는 약 10개월의 활동 기간 동안 100억 가량의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들과 멤버들의 원 소속사, 매니지먼트 대행을 담당한 YMC엔터테인먼트, 그리고 CJ E&M이 각각 25%씩 수익을 분배해, 실제 각자가 손에 쥐는 수익은 현저히 줄어든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와 비교했을 때 들이게 되는 초기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잘 키운 아이돌 하나 열 프로그램 안 부러운 셈이다.

아이돌이 ‘황금알’ 사업으로 떠오르게 되자, Mnet 역시 ‘소년24’, ‘아이돌학교’라는 또 다른 아이돌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KBS 역시 실패를 경험한 아이돌의 재기를 돕는 취지로 기획된 ‘더 유닛’이라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를 가동시킨다. 이와 함께 최근 YG로 이적한 한동철 PD 역시 아이돌 부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Mnet 측은 “가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 지금 이들이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Mnet은 그간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아티스트에게 길을 열어왔다”며 “그 노하우와 중소기획사와의 상생 의지를 바탕으로 ‘프로듀스 101’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현재 환경과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들로 가수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등용문이자 기회가 되고자 한다”고 아이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대중은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수신료를 받고 있는 공영방송 KBS가 아이돌 산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아직은 젊디젊은 친구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해 ‘실패’라는 낙인을 지우겠다는 프로그램의 좋은 의도를 강조하며 선행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과거 사례를 비추어 보며 또 다시 ‘그 나물에 그 밥’을 위해 국민들의 돈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을 보내고 있다. 특정한 사업 아이템이 유행하면 너도나도 그 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에 비유하며 벌써부터 이에 대한 피로감을 쏟아내기도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금의 음악 산업은 콘텐츠와 같이 가지 않으면 자생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획사 자체적으로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PD들을 영입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흐름 중에 하나다”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상파에서도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콘텐츠 자체가 음악산업 변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산업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적인 사업들이 많다. 많은 방송사들과 기획사들은 그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고 현재의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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