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열사병도 소뇌를 손상시켜 장기간 어지럼증 같은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지수 신경과 교수팀이 열사병 환자의 증상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 경미한 열사병도 초기 증상이 회복된 뒤 1주일 정도 지나면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지연성 소뇌손상’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열사병으로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의식수준 저하, 이상행동,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손발을 정밀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떨리듯 움직이는 등 소뇌의 기능이상이 제일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신체에서 발생한 열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발생하며 가벼운 경우에도 고열, 탈진, 두통, 어지럼증, 의식장애 등 급성기 증상이 나타난다. 땀이 나지 않고 피부 온도가 40도를 웃돌아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열사병 환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119 구급대 등이 도착하기 전까지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최대한 낮추는 게 중요하다.
신체의 심부온도가 40도를 넘으면 우리 몸이 온도조절 기능을 잃어 신부전, 급성호흡부전증후군, 심근손상 같은 심각한 장기손상과 중추신경 기능이상을 초래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급성기 증상들이 회복된 뒤 나타나는 장기적 합병증에 대해서는 간과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는 “열사병 환자의 체온을 빨리 떨어뜨리는 응급처치를 통해 심각한 뇌 손상을 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급성기 증상이 회복되더라도 면밀하게 경과관찰을 하고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정밀검사·평가를 해 소뇌의 평형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지연성 뇌손상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구결과는 ‘신경학저널’(Journal of Neurology)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책임저자)와 정일억 고대안산병원 교수(1저자), 최서영 부산대병원 교수(공동저자) 등 어지럼증 전문의들의 협동연구로 이뤄졌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에서 열사병·열탈진 등 91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 환자는 6월에는 주 수십명 수준이었으나 7월에는 첫째주 69명, 둘째주 189명, 셋째주 324명, 넷째주 168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