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임용 절벽 사태를 계기로 장기적 수요예측이 없는 근시안적 교사 수급 정책에 대한 교사준비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중등의 비인기 소수 과목 교사준비생은 언제 선발공고가 날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가 하면 지방의 초등학교는 교사가 극도로 부족한 ‘극과 극’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서울과 도시 근무만 선호하는 교사준비생들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비인기 과목 전공자 임용은 ‘복불복’=전국 일반고와 특성화고에는 수십 개의 전공과목이 있다. 하지만 국어·영어·수학·과탐·사탐·중국어·일어 등 교원 수요가 많은 일부 과목을 제외하면 다른 과목은 선발공고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농업·디자인 등 비인기 과목은 수년간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제는 선발인원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선발 여부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농업을 전공한 중등 교사준비생은 “교육 당국이 선발 예정인원을 3~4년 전에 알려주면 그에 맞춰 시험을 준비하든 다른 진로를 모색하든 할 텐데 매년 시험 2~3개월 전에야 알려주니 진로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졸업하는 해에 전공과목을 선발하면 시험 볼 기회가 주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취업 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복불복’ 신세라는 것이다.
◇지방 외면하는 교대생들=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초등학교 교사 846명을 모집했다.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등 한 해 서울시내 초등교육 전공자 배출인원(약 550여명)보다 많은 숫자다. 임용시험에는 1,553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은 1.84대1을 기록했다. 반면 전남·경북·충북·충남·강원 등 이른바 비인기 시골 지역은 미달됐다. 역대 임용시험 결과를 보면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미달이거나 경쟁률이 1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이는 대도시만 선호하고 시골은 외면하는 교대생들의 행태와 관련이 깊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 지역 교대생은 절대 다른 지역 임용시험을 치르지 않는 반면 지방 교대생은 해당 지역에서 임용이 되고도 서울로 진출하기 위해 재수나 반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교사 지망생들이 환경이 좋은 도시 근무만 선호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기간제 교사를 쓰기도 한다. 심지어 정년퇴직한 교사를 기간제로 재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중등교사 지망생은 “경쟁률이 과목에 따라 수십 대1에 달하는 중등에 비하면 초등 경쟁률은 여전히 매우 낮아 과연 ‘절벽’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중등 교사준비생은 임용만 되면 섬 지역이라도 가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초등 준비생은 오로지 대도시만 바라보니 임용 절벽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출신 교대가 위치한 시도교육청에 응시하면 가산점(3점)을 주는 제도도 개혁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는 지방을 우대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대도시 교대생들만 유리하고 지방 교대생은 소외된다는 이유에서다. 출신지에 따른 가산점이 아닌 지방 시도교육청 지원자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대도시 쏠림 현상으로 인한 ‘임용 절벽’과 지방 미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설픈 교육자치 그만…권한과 책임 분명히 해야=이번 기회에 교사선발결정권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원’은 교육부가, ‘선발인원’은 각 시도교육청이 결정하는 식으로 권한이 분산돼 있다 보니 장기적인 수요예측 없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발인원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임용 절벽이 발생했을 때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권한 분산에 따른 부작용이다. 이는 교사의 신분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초중등 교사는 ‘국가공무원’ 신분을 누리지만 실제로는 시도교육청이 선발해 근무지를 정하는 형식으로 운영한다.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는 대신 교육부가 정원과 선발권한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장기적 수요예측 아래 교원을 선발해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순환근무를 시키든지, 그렇지 않으면 아예 지방공무원으로 전환해 시도교육청이 정원과 선발을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