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이프&] 12년, 17년산이 중요해?...'나이' 없는 위스키 뜬다

숙성·저장 기술 발달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품질은 높이고

연산 구분없이 블렌딩 '개성' 살려

젊은층 중심 '무연산' 제품 인기

작년 50만 상자 출고 7년새 200배↑

골든블루, 시장 점유율 73% '1위'

국내 대표 연산 미표기 위스키 골든블루 ‘더 다이아몬드’와 ‘사피루스’ 등 골든블루에서 나오는 다양한 위스키 제품들. /사진제공=골든블루국내 대표 연산 미표기 위스키 골든블루 ‘더 다이아몬드’와 ‘사피루스’ 등 골든블루에서 나오는 다양한 위스키 제품들. /사진제공=골든블루







위스키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위스키의 나이, 즉 ‘연산’이다. 제품 라벨에 적힌 12년, 17년 등은 위스키 원액을 각각 해당 햇수만큼 숙성했다는 의미로 오래될수록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위스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국내에서 ‘무연산(無年産)’이라고 부르는 ‘연산 미표기(No Age Statement) 위스키’다.

업계에서는 연산 미표기 위스키가 최근 들어 각광 받는 까닭으로 가성비와 개성을 꼽는다. 숙성, 저장 기술의 발달로 가격대비 품질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맛볼 수 있게 된 것. 또한, 연산에 구애받지 않고 블렌딩이 가능해 더욱 개성이 강한 맛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대만의 연산 미표기 위스키 카발란. /사진제공=골든블루대만의 연산 미표기 위스키 카발란. /사진제공=골든블루




◇무연산 위스키? 연산 미표기 위스키!=최근 세계 곳곳에서 위스키의 나이를 라벨에 표시하지 않고 제품의 맛이나 특징, 숙성된 오크통에 대한 내용을 전면에 내세운 연산 미표기 제품과 위스키에 향을 가미한 ‘연산 미표기 플레이버 위스키’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조니워커 블루라벨과 일본 산토리사의 카쿠빈 등이 대표적인 무연산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연산 위스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번역이다. 위스키라는 술 자체가 최소 3년 이상 숙성을 거쳐야 하는 주류인데 무연산이라는 표현은 숙성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주류 업체 디아지오그룹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위스키 교육을 담당하는 닉 모건(Nick Morgan)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5~45세 사이 위스키 애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스키 연산을 중시한다는 사람은 3%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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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위스키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연산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빛을 보고 있는 곳은 바로 동아시아 등 신흥 위스키 제조국이다. 과거에는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를 최고로 쳤지만, 이제는 어디에서 생산되든 맛과 품질만 좋다면 글로벌 시장을 두드릴 수 있는 문이 열린 셈이다.

최근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대만 위스키 카발란(Kavalan)이 이 같은 분위기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브랜드다. 연산 미표기 위스키로 유명한 카발란 위스키는 같은 제품이라도 각 제품마다 숙성 연수가 약 4년에서 8년 이상까지 모두 다르다. 제품 출고 기준이 숙성 기한이 아니라 마스터 블렌더가 직접 맛을 보고 병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카발란은 2006년부터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해 창립 10년 만에 ‘WWA(World Whiskies Awards), IWSC(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Competition)’ 등 세계적인 위스키 품평회에서 최고 등급의 상을 휩쓸며 세계 최고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든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만의 따뜻한 기온 덕분에 위스키 원액의 숙성이 빨라 짧은 숙성기간에도 불구하고 높은 품질의 원액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위스키 전문가들은 더운 기후로 인해 대만에서 1년 숙성된 위스키 원액은 스코틀랜드에서 4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와 유사한 품질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본 산토리사의 대표적인 무연산 위스키 카쿠빈. /사진제공=선도주류일본 산토리사의 대표적인 무연산 위스키 카쿠빈. /사진제공=선도주류


◇한국도 연산 미표기 위스키 바람=한국 역시 연산 미표기 위스키의 바람이 거세다. 저도주 트렌드와 김영란법 등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이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지만, 연산 미표기 위스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2009년 2,352상자에 불과했던 연산 미표기 위스키 출고량은 2016년 약 50만 상자로 200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연산 미표기 위스키 시장은 2009년 출시된 ‘골든블루’가 장악하고 있다. 골든블루는 영국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위치한 벤리악 증류소의 고품질 원액을 사용하고 있으며 50년 넘게 스카치 위스키 산업에 종사해 온 마스터블렌더 노먼 매디슨이 블렌딩 레시피 개발에 참여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도록 개발한 고품질의 한국형 위스키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약 50만 상자로 추정되는 연산 미표기 위스키 시장에서 36만5,000상자를 판매하며 약 73%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골든블루는 여세를 몰아 지난해 5월 2030세대를 위한 연산 미표기 위스키 ‘팬텀’을 내놨다. 팬텀은 출시 직후 한 달 동안 약 300상자가 판매됐지만 지난 5월에는 2,000상자, 6월에는 2,500상자까지 급상승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박희준 골든블루 전무는 “현재 위스키 소비 트렌드는 브랜드가 가진 전통성이나 오랜 기간 숙성했다는 가치보다는 지인들과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과 개개인의 기호에 집중한 개성적인 맛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골든블루는 이러한 위스키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출시해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위스키 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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